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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민주화 투쟁 거물 암살범, 29년 복역 끝 가석방 논란

공산당 지도자 하니 암살한 왈루즈에 헌재 가석방 결정…유족 등 강력 반발

남아공 민주화 투쟁 거물 암살범, 29년 복역 끝 가석방 논란
공산당 지도자 하니 암살한 왈루즈에 헌재 가석방 결정…유족 등 강력 반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반대 투사였던 공산당 지도자 크리스 하니를 암살한 후 거의 30년간 수감된 폴란드계 야누츠 왈루즈(69)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1일(현지시간) 가석방을 허용하면서 유족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왈루즈가 지난 2020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가석방을 불허한 것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헌소에 대해 만장일치로 왈루즈의 손을 들어줬다.
레이먼드 존도 헌재소장은 로널드 라몰라 법무장관이 왈루즈의 범죄 심각성과 그 성격을 고려해 가석방을 불허했으나 법정 진술서에서 결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답변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 성격 등 가석방 불허 이유가 앞으로도 상존할 텐데 왈루즈를 어떻게 풀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라몰라 장관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10일 이내에 그를 가석방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하니의 부인인 림포 여사는 현지 방송에 헌재의 이번 판단이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하니는 소수 백인 정권의 흑인 탄압 정책에 맞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현 집권당)의 무장조직인 '움콘토 위 시즈웨'(MK)의 사령관을 지냈으며, 남아공공산당(SACP)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의 암살은 민주선거를 1년 앞에 두고 발생해 흑인들의 반발로 내전이 일어날 뻔했다.

공산당도 "정의가 불의를 낳았다"며 반발했고 공산당과 함께 사실상 연정을 하고 있는 ANC 내부에서도 "아문 줄 알았던 상처를 헌재가 들쑤셨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급진 좌파 야당인 경제자유전사(EFF)도 국민감정을 무시한 헌재의 판단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라고 성토했다.
존도 헌재소장은 이번 위헌 결정과 관련, "왈루즈가 민주주의 달성을 좌초시키려고 하고 나라를 거의 내전으로 몰고 간 것은 맞다"라면서도 "우리 민주헌법의 기초자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신봉자들에 대해서도 권리장전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출신인 왈루즈는 1993년 4월 10일 요하네스버그 근처 복스버그의 자택 앞에서 하차하던 하니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그는 마침 운전하며 지나던 여성 목격자의 경찰 신고로 붙잡혀 그해 10월 유죄판결을 받고 지난 29년 동안 복역했다.
그는 당초 사형 판결을 받았으나 사형제 폐지로 무기수로 전환됐다. 이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한 2005년부터 여러 차례 가석방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당국에 의해 불허됐다.
인종차별정책 지지 정치인으로 그에게 무기를 공급한 혐의로 체포된 공범 클라이브 더비-루이스는 2015년 폐암으로 가석방됐다가 이듬해 사망했다.
왈루즈는 고등법원과 대법원도 자신의 가석방을 불허하자 최고법원인 헌재의 문을 두드린 끝에 이번에 가석방 결정을 얻어냈다.
그는 자신이 남아공 보수당의 사주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진실과화해위원회(TRC)에 사면을 요청했으나 위원회 심의 사안이 아니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산당은 그가 감옥 안에서도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않았다면서 그를 풀어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매해 4월 10일 남아공인은 요하네스버그 동쪽에 있는 하니의 무덤에 꽃을 놓고 민주화 투쟁 거물이던 그를 추모한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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