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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안압지서 낚시하던 이 남자, APEC 경주 유치 나섰다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지난 1일 주낙영 경북 경주시장이 시장 집무실에서 시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제 고향 경주가 유명한 관광도시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적 대릉원 고분을 오르내리면서 친구들과 병정놀이도 하고, 아버지를 따라 안압지(동궁과 월지)에서 낚시하면서 놀았는데 머리가 크고(나이 들어) 보니 경주 전체가 소중한 문화의 보고(寶庫)더군요.”

경북 모든 대소사 관여한 행정가…고향서 시장 당선
주낙영(62·국민의힘) 경북 경주시장은 "어릴 때는 전국에서 수학여행을 굳이 경주로 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구 능인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주 시장은 스물다섯에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주로 경북도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일했다. 경북도에서는 경제통상실장·자치행정국장·행정부지사 등을 지냈고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혁신팀장·균형발전기획관·지방행정연수원장 등으로 일했다.

화려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주 시장은 1995년 민선 시대가 본격 시행된 후 경북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대소사에 관여했다. 그는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혁신 사례가 무엇인지 질문에 “거의 모든 정책에 참여하다 보니 꼽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주 시장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1일 집무실에서 만난 주 시장 책상 뒤로 세 가지 전시품이 눈에 띄었다. 신라금관 모형과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조감도, 일자리 현황판이다. 이들 모두 주 시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핵심 시책과 관련이 있다.
지난 8월 16일 주낙영 경북 경주시장이 국내 최초로 신라금관이 발굴됐던 금관총에 완공된 전시관을 살펴보고 있다. 고대 신라 무덤의 축조양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금관총 전시관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정비·복원사업의 하나로 조성됐다. 사진 경주시
역점 정책 상징하는 집무실 세 가지 전시품
첫 전시품인 신라금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다. 신라 금관은 1921년 9월 23일 경주시 노서동 한 집터 공사 현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야트막한 언덕에서 금관을 비롯한 각종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곳은 신라 왕족 또는 귀족으로 추정되는 이사지왕 무덤이었다. 이렇게 신라금관이 발견된 지 올해로 101년이 됐다. 그동안 신라 금관 6건이 발굴됐다.

경주에는 ‘땅만 파면 보물이 쏟아져나온다’고 할 정도로 문화재와 유적이 많다. 신라 문화재를 대표하는 신라금관을 시장 집무실에 갖다 놓은 것도 경주시가 고유문화 보존과 복원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주 시장은 “2030년까지 ‘세계 100대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며 “신라왕경(王京·경주) 핵심유적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주시는 2019년 11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뒤 월성(신라왕궁)·황룡사·동궁과 월지·월정교·쪽샘지구·신라방·대향고분·첨성대 주변 등 8개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주 시장은 문무대왕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경주는 해안선 길이가 43㎞에 불과하지만, 문무대왕 수중릉과 감은사지 삼층석탑, 만파식적,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등 천혜의 자연과 역사를 품고 있다"라며 "이런 해양자원을 토대로 경주 해양르네상스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대릉원 전경. 대릉원은 신라왕경 8개 핵심유적 중 한 곳이다. 사진 경주시
“원전 설계·시공·해체까지 모든 사이클 갖춘 원전도시”
시장 집무실 두 번째 전시품은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조감도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는 경주시 감포읍 일원에 국내 SMR(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산업단지다. 국비 2700억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 6540억원을 들여 2025년 완공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SMR 개발과 실증, 4차 산업기술을 이용한 원전안전 기술개발,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와 원전 해체기술 고도화 등 혁신원자력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내 최대 원자력 연구단지가 될 전망이다.

주 시장은 “경북에는 6개의 원전(월성 4개, 신월성 2개)과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이 있고 향후 중수로 원전해체기술원도 들어설 예정”이라며 “경주는 원전 설계부터 시공·해체까지 모든 사이클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원전 산업도시여서 세계 에너지 산업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주낙영 경북 경주시장이 시장 집무실에서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조감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경주, 포항 능가하는 산업도시"
시장 집무실을 장식한 나머지 전시품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일자리 현황판’이다. 주 시장은 “경주는 공장 수가 2200여 개로 포항을 능가하는 산업도시”라고 운을 뗐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매년 경제활동친화성 조사를 하는데 취임 초인 2018년 전국 228개 지자체 중 218위를 했던 경주가 2년 후 6위로 뛰어올랐다”며 “관련 예산을 3~4배 이상 늘려 기업에 지원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경주에 있는 제조업체 중 자동차 소재부품 주력기업이 780여 곳, 연관기업이 1300여 곳으로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경주시는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센터를 건립하고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미래형 첨단 자동차 스마트캐빈 기술개발 과 e-모빌리티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실증 센터를 만들고 경주 외동산단 대개조 등 대형사업을 2026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주 시장은 "이런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한국에서 개최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도 유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6월 21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 세 번째)에게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2025 APEC 경주가 최적지…세계에 청사진 선봬야”
주 시장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는 곳이 경주이고 미래형 산업 생태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도 경주”라며 “2025년 완공될 혁신원자력연구단지 현장에 21개 회원국 정상과 각료를 모아놓고 국가 에너지산업 청사진을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주와 인접한 포항·구미·울산 등 산업도시와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며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방문객이 머무를 수 있는 호텔이 여러 개 있고 지형도 항아리 모양으로 생겨 외국 정상 경호에 최적이라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석(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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