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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보고서 삭제 의혹' 윗선 겨눈다…서울청 정보부장 입건

경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가 15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박성민 경무관을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입건했다.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 삭제의혹과 관련한 윗선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지난 14일 수사를 의뢰한 이후 박 경무관 입건 까지는 9일이 걸렸다. 그 사이 특수본은 박 경무관 입건이 지연 이유를 “법리 검토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박 경무관 입건은 특수본이 용산서를 압수수색하던 지난 2일 작성자인 A정보관의 PC에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삭제한 행위가 증거인멸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마련된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삭제와 동시에 대국회 여론전 펼친 서울청

참사 3일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청 첩보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문제의 보고서는 29일 자동 삭제됐다. 서울청은 시스템에 등록됩 첩보보고서의 보존 기간을 72시간으로 관리해 왔다. 시스템에서 사라진 보고서의 내용은 지난달 31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박 경무관도 용산서를 통해 해당 정보보고서를 입수해 보고받았다.

박 경무관은 지난 1일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규정대로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용산서 정보과장이던 김모 경정과 별도로 통화도 했다. 이후 김 경정은 곧 이 지시를 하달했지만 A 정보관이 삭제를 거부하자 B정보관에게 지시해 지난 2일 A정보관 PC에서 이 문서를 삭제했다. 특수본은 이날 B정보관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박 경무관의 지시와 용산서의 삭제가 진행되는 사이 서울청 정보라인 간부들은 국회의 여러 의원실을 돌며 삭제 경위를 설명했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보고가 끝난 문서는 삭제하는 게 원칙이고 구체적인 사고 위험성 등을 다룬 보고서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특수본 법리 검토 역시 해당 문서가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느냐와 대통령령인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7조 3항)에 따른 문서 폐기를 인멸행위로 볼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해당 규정은 경찰관이 수집·작성한 이슈 발생 시점이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불필요해지면 지체 없이 정보를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수본 조사 과정에서 김 경정 및 서울청 정보라인 관계자들은 “규정에 따른 원칙적 삭제 지시였다”고 주장해왔고 A정보관 등은 “들어본 적 없는 이례적 삭제 지시”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수본은 24일 박 경무관을 피의자로 소환해 정보보고서 인지 후 삭제 과정 중 김 경정과의 통화 또는 대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삭제 지시 고의성과 증거 인멸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특수본은 박 경무관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정보보고서 삭제 관련 내용을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든 타임은 11시”…수사 김광호까지 가나
특수본은 이날 소방·경찰·용산구청 등 피의자 9명 추가 입건했다. 경찰에서는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전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3팀장이, 용산구청에서는 유승재 부구청장과 안전건설교통국장·재난안전과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용산소방서 현장 지휘팀장과 이태원역 역장도 같은 혐의로 피의자 전환됐다.특수본의 1차 입건 피의자 7명,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에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하면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는 17명으로 늘어났다.

특수본은 이들 중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을 소환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서 지휘와 상황 파악이 적절했는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상급 기관에 보고가 늦은 이유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참사 당일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 근무했던 상황3팀장은 당시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에게 보고를 늦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용산소방서 현장 지휘팀장은 참사 당일 골든타임 내 현장 구조활동과 판단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골든타임에 대해 “사고 발생 후 적절한 구호조치가 이뤄졌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시간”이라며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오후 11시 정도”라고 설명했다.

1차 피의자 7명에 대한 특수본의 신병 처리는 이번 주 2차 소환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결정될 전망이다. 특수본은 오는 28일까지 이 전 서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추가 소환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서장 추가 조사와 박 경무관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면 김광호 서울청장도 불러 조사한다는 게 특수본의 계획이다. 이 전 서장은 “기동대 배치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청장은 “요청받은 적 없다”고 맞서왔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 전 서장이) 지구촌 축제(지난달 15~16일) 관련 회의 당시 경비 기동대를 요청했는데, 핼러윈 축제 이야기도 나와서 본인은 2개 다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이 ▶핼러윈 축제 전 사고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 ▶참사 당일 경력 운용과 관련해 적절한 판단을 내렸는지도 특수본의 관심사다. 김 청장은 지난달 27일 서울청 112상황실장에게 용산경찰서의 이태원 핼러윈 축제 경력 배치 현황을 보고받은 뒤 서울청 경비부장과 기동대 배치 여부를 논의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서울청의 사고 당일 기동대 배치 등 경력 운용 의사 결정 전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김 청장에게 경력 배치 현황을 보고한 서울청 112상황실장도 조만간 참고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이창훈(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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