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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러 탓에 또 '빈손 안보리'…독자 제재ㆍ의장 성명 추진 박차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회의가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또다시 유엔의 공동조치를 막아섰다. 중·러의 노골적 북한 두둔이 지속하면서 한ㆍ미는 5년여 만에 안보리 차원의 의장성명 채택을 추진하는 한편, 북한의 돈줄을 끊기 위한 추가 독자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두둔한 중ㆍ러
유엔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안보리 회의를 소집했다. 관련 사안으론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번째다. 그러나 회의 내내 한ㆍ미ㆍ일과 중ㆍ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끝에 또다시 '빈손'으로 끝났다.

한·미·일은 중·러의 책임을 강조하며 적극적 동참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무대응(inaction)과 분열(division)을 십분 활용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가 지난 5월 두 상임이사국(중·러)의 반대로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이후 북한은 40발의 탄도미사일을 쏘고 핵무력을 법제화했다"고 말했다. 안보리 사상 최초로 대북 제재 결의를 부결시킨 중ㆍ러의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 발언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도 중ㆍ러를 겨냥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두 개의 상임이사국이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며 "올해 북한은 전례 없이 많은 수준의 6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는 그간 연간 최대 발사 기록인 25발의 2.5배"라고 강조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주유엔 일본 대사 역시 "북한이 국제사회 전체를 인질로 삼도록 놔두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발언으로 맞섰다.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은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도발의 책임을 오히려 미국으로 돌렸다. 그는 이어 "관련국들은 북한을 향한 군사 훈련을 중지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 때문이며 북한의 적대 행위 중단 요구를 미국이 계속 무시하는 데 유감을 표한다"며 현 상황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중·러의 어깃장에 결국 한ㆍ미ㆍ일 3국을 포함한 14개국은 이날 안보리 회의장 밖에서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쳐야 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모습. AP Photo/Seth Wenig. 연합뉴스.
5년 만의 의장 성명 추진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언론 성명→의장 성명→결의 채택 순으로 강도가 올라간다. 중·러의 벽에 막혀 결의안 채택에 실패한 상황에서 미국은 조만간 의장 성명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명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중ㆍ러의 거부권 행사로 추가 제재 결의 채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안보리가 추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 조치다. 의장 성명이 채택되면 2017년 8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안보리가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의장 성명을 낸 뒤 5년여만이 된다.

의장 성명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배경은 또 있다. 사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 채택은 지난 5월 중국과 러시아가 먼저 안보리에서 꺼냈던 사안이다. 중·러가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더라도 스스로 먼저 제안했던 의장성명까지 반년 만에 번복하기에는 외교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당시 중ㆍ러는 안보리 사상 최초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거부권 행사로 부결시키면서, 그 대안으로 "결의안의 내용을 의장 성명 형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다만 당시 안보리 내에선 이에 응할 경우 자칫 중ㆍ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미일 등 14개국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공개 회의 후 회의장 밖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AP Photo/Seth Wenig. 연합뉴스.
사이버 분야 제재도 속도
외교부는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가 끝난 직후 한ㆍ미ㆍ일 3국 외교차관이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한ㆍ미ㆍ일이 긴밀히 공조한 것을 평가하고 안보리 차원의 추가적인 조치를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의 주요 외화 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이버 분야의 독자 제재안을 내는 방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 전례 없이 강력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의 사이버 활동 관여 인사에 대한 제재 대상 지정, 사이버 분야 제재 조치 부과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꼭 7차 핵실험이 아니더라도 북한이 거듭되고 불법적인 중대 도발을 할 경우 독자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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