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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 속 나온 '담대한 구상'…'북미' 대신 '미북' 용어 공식화

정부가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의 정치ㆍ군사 분야 조치 등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핵 억제, 인권 문제 등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을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 사용해왔던 '북ㆍ미 관계'란 용어는 북한보다 미국을 앞세운 '미ㆍ북 관계'로 바꿔 표기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체제 보장안 여전히 안갯속
통일부는 21일 발표한 '비핵ㆍ평화ㆍ번영의 한반도'라는 제목의 담대한 구상 설명자료에서 정치ㆍ군사 분야의 대북 조치로 ▶미ㆍ북 관계 정상화 지원 ▶평화체제 구축 ▶남북 간 군비 통제를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8월 광복절을 계기로 발표한 담대한 구상의 초안에서 '한반도 식량ㆍ자원 교환 프로그램' 등 남북 경제 협력안을 먼저 공개했고 정치·군사 분야의 조치는 이후 추가 공개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는 당시 대통령실이 예고했던 정치·군사 분야 등의 대북 정책 핵심 원칙을 포괄하는 공식 로드맵이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자료에서도 정치·군사 영역에 대한 조치는 단 3문장에 그쳤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선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무차별 도발 등을 감안해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의 구체적 내용을 아직도 드러내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조치의 구체화 시점에 대해서도 정부는 "남북한을 비롯해 미국 등 당사국이 관련돼 있어, 지금 단계에서 상세 내용을 확정하기 어렵고 협상이 시작되면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보다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것은 한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향후 핵 문제 관련 실질 협의가 이뤄지면 그 과정에서 당연히 미국과 관계 개선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뉴스1.
北 도발 속 고민 반영
북한은 지난 17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쏘는 등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한이 사실상 핵 선제타격 방침을 법제화하고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가 대북 체제 보장 방안을 세세히 공개하기는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실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담대한 구상 발표가 사실상 예고됐던 이날 오전에도 공식 담화를 내고 ICBM 발사와 관련 공개 회의를 앞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향해 "명백한 대응방향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추가 핵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담대한 구상의 구체안을 공개할 타이밍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은 이날 자료에 담긴 용어에도 반영돼 있다.

통일부는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미국과 북한 간 관계를 '미ㆍ북 관계'라고 명시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했던 문재인 정부가 공식 문서에 '북ㆍ미 관계'라고 표기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앞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동맹인 미국을 앞세운 '미ㆍ북 관계'란 용어도 함께 사용했고, 윤 대통령도 지난 8월 기자회견 때까지만 해도 두 용어를 함께 사용했다. 그러다 이날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통일부가 공식 자료에 해당 용어를 '미ㆍ북'으로 통일한 것을 놓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관의 선후관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담대한 구상 의미와 추진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억지ㆍ인권 '채찍' 강조
정부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대북 원칙인 '3D 정책'도 재확인했다. 최종적인 대화(Diaglogue)에 이르기 위해 북핵에 대한 억제(Deterrence)와 단념(Dissuasion)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북한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와 관련 ‘북한주민의 인권증진과 분단고통 해소’라는 항목이 중점 추진 과제로 명시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에서 “경제적 협력은 물론 외교적 조치와 함께 정치·군사적인 상응 조치도 과감하게 펼쳐 나갈 것”이라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권 장관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고립과 궁핍만 심화하고 북한의 미래는 더욱 어둡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연대를 토대로 억제와 실효적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에 이어 기조발제자로 참석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순순히 '자, 오늘부터 완전히 핵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비핵화 대화하자'고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제했다.

김 차장은 특히 “북한이 핵 개발을 해도 성과가 없고 소용이 없겠구나 하는 판단이 나올 수 있도록 국제공조와 대북 압박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핵 도발을 불사할 경우 대량보복을 통해 핵 공격이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진다는 한·미간의 합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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