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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보는 눈빛 달라졌다…일각선 "유감표명은 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구속 이후 첫 공개석상에서 꺼낸 화두는 검찰 수사가 아닌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였다. 이 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인데,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천하태평처럼 보인다. IMF 국난 극복 당시에 무능·무대책·무책임으로 일관하면서 위기를 은폐하던 모습과 너무 많이 닮았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읽어내려간 4분 10초 분량의 모두발언엔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최측근의 잇따른 구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표는 다만 “위기 극복에 써야 할 국가 역량을 야당 파괴에 허비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검찰 독재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나가겠다”며 검찰 수사를 ‘야당 파괴’, ‘독재 정권의 탄압’에 빗댔다.

이날 이 대표는 유일한 공개일정인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도 1시간 40분이 지나고 나서야 대표실을 나섰다. 대표실 앞 복도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측근 구속에 유감 표명이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이 대표는 입을 굳게 닫았다.

李 대신 지도부 총력 대응…“야당 파괴, 용인 않겠다”
대신 반격에 나선 건 민주당 지도부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 부원장과 정 실장 구속의 본질은 윤석열 정권 차원의 ‘이재명 죽이기’”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 야당 파괴 행위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선숙 최고위원도 “대장동 사건을 매개로 한 검찰 독재정권의 야당 탄압, 조작수사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모습을 이재명 대표가 지켜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검찰은 이날 진행된 대장동 의혹 핵심 관계자 남욱 변호사의 배임 혐의 공판에서 이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검찰이 2013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3억5200만원을 전달한 이유를 묻자, 남 변호사는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는 말을 나중에 하셨다”고 답했다. “더 높은 분이 누구냐”는 검찰 측 질문에 남 변호사는 자신의 추측을 전제로 “정진상, 김용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은 모른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의 ‘폭탄 진술’이 알려지자 이번엔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나섰다. 안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논평을 내고 “대장동 일당의 하나인 남 변호사가 재판에서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다”며 “삼인성호(三人成虎)로 없는 호랑이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윤석열 검찰 특유의 조작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술렁이는 野…조응천 “李 대표 직접 해명할 상황”
지도부의 적극적인 방어에도 이날 민주당 내부에선 종일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 실장 구속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조 의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측근 구속 상황을 언급하며 "이제는 어느 정도 직접 해명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정말 무관한지 그건 솔직히 잘 알 도리가 없다”며 “이제는 (이 대표가) 어느 정도 직접 해명해야 할 상황에 이르지 않았나, 그리고 최측근 2명이 연이어 구속된 데 대해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하다’는 유감 정도는 표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이 대표를 향한 유감 표명 요구가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취임 직전 논란이 됐던 ‘당헌 80조’를 다시 꺼내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당헌 80조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한 만큼,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 대한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과거 사법리스크로부터 당을 보호하기 위한 본인들의 결단이 상당히 있었다. 당헌 80조 적용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문진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두 사람은) 비합리 광풍의 시대에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당헌(80조)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이 대표 책임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되진 않는다. 친문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아직 남 변호사의 진술 내용 등을 사실로 볼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고, 친문 성향의 또 다른 서울 지역 의원도 “속으로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현석(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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