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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사이언스&] 갈변 안되는 감자 개발했다는데, 먹을 수 있는 날 올까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독일의 식물유전학 연구기관인 IPK 라이프니츠 연구소가 이끄는 연구팀이 카스나인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겨울보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바이러스에 대해 내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했다.’ ‘툴젠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갈변이 억제된 감자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전체변형 생물체(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농업혁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예전의 품종개량이 전통 방식의 육종(育種)을 이용한 것이었다면, 21세기 품종개량은 첨단 생명공학인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덕분에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해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이 늘어나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염기서열 편집
세계 각국 앞다퉈 작물 품종개량
미·일은 GMO 규제대상서 제외
국내선 안전논란에 입법 지지부진


우리 몸에 좋을까, 나쁠까 논란

남미 아르헨티나의 생명공학 기업 바이오세레스 연구원이 가뭄에 잘 견디도록 유전자 편집된 밀 씨앗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전자가위 기술로 인한 농업혁명은 이산화탄소 감축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은 지난해 7월 염기교정효소 ‘DdCBE’를 이용해 식물의 엽록체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 염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당시 IBS는 “엽록체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광합성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농업 생산성 증대는 물론이고 이산화탄소 저감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960만톤이었던 GMO 수입량은 이듬해 1021만톤, 지난해에는 1115만톤을 기록했다. 대부분 콩·옥수수 등을 이용한 식용유 제품이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이 넘쳐난다는데 먹어도 안전할까. 많은 소비자가 어떤 방법으로든 유전자 중 일부를 바꾼 원재료를 쓴 식품은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GMO에 대한 정부의 판단은 일반인과 거리가 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GMO 식품은 DNA를 변형한 것이니,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도 변형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히기 쉽다”면서도 “대부분의 식품 유전자는 섭취 후 소화효소와 위액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완전히 없어지기에 변형된 DNA가 우리 몸의 DNA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전자변형식품의 생산·유통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내의 모든 GMO는 식약처의 안전성 승인을 받아야만 비로소 판매와 유통이 가능하다.

지난 5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레스의 의회 앞에서 환경단체 행동가들이 몬산토 등 GMO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럼 무엇이 GMO일까. 식약처에 따르면 GMO란 ‘생물체 유전자 중에 유용한 것을 취해 그 유전자가 없는 다른 생물체에 삽입하고 유용하게 변형시킨 농산물 등을 원료로 제조·가공한 식품’을 뜻한다. 제초제에 강한 외부 유전자를 삽입한 옥수수 등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전자가위 기술이 발전하면서 외래유전자 삽입 없이 자체 염기서열 일부 편집만으로 원하는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 낸 작물일 경우 GMO로 봐야 할까. 전통 육종의 경우 여러 세대에 걸쳐 생겨나는 유전자의 자체 돌연변이 속에서 원하는 품종을 골라 번식시킨다는 점에서 첨단 유전자가위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체교정 생물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우선 미국 농무부는 외래 유전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유전체 교정 생물체는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부터 크리스퍼 카스나인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유전체교정 생물체’를 기존 GMO 규제에서 제외했다. 중국 역시 올해 초 규제를 푸는 쪽으로 GMO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유럽은 유전자가위를 사용한 유전체교정 생물체도 GMO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통 육종과 달리, 짧은 시간 안에 유전자의 일부가 바뀌는 만큼 어떤 부작용이 생겨날지 알 수 없다는 게 유럽의 판단이다.

“첨단 생명공학 미래 걸린 문제”

한국은 유럽처럼 보수적이다. 시민단체와 일부 학계의 반대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전자가위 등 신기술을 적용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개발·이용을 촉진하고, 바이오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유전자변형 생물체가 자연적 돌연변이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경우에는 위해성 심사를 면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통과되기 어려워 보인다.

김용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입법조사관은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들이 첨단기술의 경우에도 유전체 교정 작물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해당 개정안을 산자위 소위에 상정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유전자가위의 세계적 석학인 김진수 전 기초과학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유전자가위는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에서 알 수 있듯 인류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며 “국가가 어느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국내 첨단 생명공학 연구와 산업의 존망(存亡)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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