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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간 美해리스…'원전 건설' 선물하며 "방위 약속 지킨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행정부 최고위 인사로는 5년만에 필리핀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필리핀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군사기지 확충을 내걸며 관계 강화에 팔 걷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필리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CNN·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밤(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해리스 부통령은 21일 오전 페르디난드 봉봉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며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이 회담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필리핀 군대와 공용 선박,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이 벌어질 경우 미국과 필리핀 간 상호방위조약상 미국의 방위 약속을 발동시킬 것”이라며 “이는 필리핀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남중국해를 두고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향한 경고다.

해리스 “中, 필리핀 공격 시 방위조약 발동”
해리스 부통령은 22일엔 필리핀 서부에 위치한 팔라완섬을 방문해 이곳 주민과 시민단체, 해안경비대 대표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팔라완섬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전장인 스프래틀리 군도와 인접했다는 점에서 군사적 중요성이 큰 곳이다. 팔라완 섬 해상에선 지난달 미국과 필리핀 합동 군사 훈련인 ‘카만다그(해상전사들의 협력)’가 이뤄지기도 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고리 폴링 동남아 프로그램 책임자는 CNN에 “해리스 부통령의 팔라완 방문은 중국에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곁에 미국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이라고 말했다.


36년만에 재개한 필리핀 원전사업에 美기술 제공
필리핀 바탄주에 위치한 바탄 원전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외에도 해리스 부통령은 필리핀이 검토 중인 원자력 발전 사업과 관련해서도 필리핀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벌일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해리스 부통령 방문기간 미국과 필리핀은 필리핀에 원자력 발전소 사업 관련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의 장비와 기술을 바탕으로 필리핀의 전력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첨단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은 1980년대 2기의 원전을 건설했다가 완공 직전인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우려로 원전 운영 방침을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필리핀 정부는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원전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을 통해 전력난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만났을 때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태국에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위한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 미중 갈등 속 동남아 요충지 급부상
지난 3월 필리핀에서 열린 미국과 필리핀의 연합 훈련에서 필리핀과 미국 군인이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행정부 최고위층이 필리핀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5년 만이다. 미국이 필리핀에 공을 들이는 건 이곳이 한국,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 선의 주요 축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대만침공 상황에서 군사활동을 벌일 주요 요충지로 중요하다.

로이터는 “한국·일본·필리핀·호주·태국 등 인도·태평양에 있는 미국의 5개 동맹국 중 필리핀은 대만과 가장 가깝다”며 “최북단 루손섬은 대만과 불과 200㎞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전했다.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아태안보차관보는 ”루손섬은 중국의 대만 상륙작전을 막기 위해 미사일, 방공 시스템을 배치할 최적의 지역으로 미 육군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 동안 필리핀과 맺고 있는 방위협력 강화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내년부터 6600만 달러(약 876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필리핀 내에 자국 군사기지 3곳도 신축할 계획이다.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양국은 2014년 방위력협력확대협정(EDCA)에도 추가 합의, 해상안보를 위한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필리핀 내에선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중국을 자극할 것으로 보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나 로사리오 아시아세기 필리핀전략연구소(ACPSSI) 부소장은 CNN에 “해리스 부통령의 팔라완 방문은 도발적이고 선동적 행위”라며 “필리핀을 중국으로부터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하는 중국…남중국해 활동 강화
실제로 중국은 해리스 부통령의 필리핀 방문 시기와 맞물려 남중국해에서 석연치 않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알베르토 카를로스 필리핀 해군 서부사령관은 “필리핀 해군이 20일 티투섬에서 서쪽으로 730m 떨어진 지점에서 부유물을 발견하고 조사를 위해 선박을 보냈다”며 “조사해보니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접근해 예인선과 연결된 줄을 절단, 물체를 강제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해경선은 이어 우리 선박의 항로를 두 차례 차단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며 해양법 집행 기관들의 상세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티투섬은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 건설한 7개 인공섬 중 하나인 수비 산호초와 가까이 위치해 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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