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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요청" vs 김광호 "없었어" 기동대 배치 두고 진실공방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1일 이태원 참사 당시 경비 기동대 배치 요청을 둘러싸고 상반된 입장으로 맞붙으면서 부실 대응 진상 규명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는 수사로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가려야할 처지가 됐다. 특수본은 이날 이 전 서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기동대 배치 요청의 진위와 참사 전 소방의 예방 활동 부실 가능성, 초기 구조 활동의 적절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위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태원 참사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광호 “기동대 요청 없었다”vs 이임재 “사실대로 말 할 것”

이 전 서장은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에 위치한 특수본에 출석했다. 짙은 남색의 재킷과 검은 마스크를 쓴 이 전 서장은 “정말로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평생 가슴의 죄인으로 살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기동대 투입 관련해 서울청과 말이 다르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112상황실장이 서울청 주무 부서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청이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청은 이날 이 전 서장의 주장에 대해 본격적인 반박에 나섰다. 김 청장은 이날 서면으로 진행된 정례 간담회에서 “서울청 112상황실·경비과에 재차 확인해본바,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용산서로부터 경비 기동대를 요청 받은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현재 감찰과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김 청장의 공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참사 당시 현장에 질서 정리를 위한 경비기동대 배치하지 않은 것이 158명 사망, 196명 부상이라는 결과를 빚은 ‘업무상 과실’의 주된 내용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상태지만 이 전 서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불똥은 윗선으로 튈 수 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주장에 대해 “지시와 관계없이 결론적으로 서울청에 요청했는지가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경비 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청과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핼러윈 축제에 앞서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지난달 15~16일) 전 2개 기동대 배치를 서울청에 요청했지만 지원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파악했다. 서울경찰청이 국회 행안위에 제출했던 서면 답변 자료에 따르면 핼러윈 축제 전에 열린 용산서 참모회의(지난달 17일)에서 이 전 서장이 “기동대 가능한가, 어렵겠지”라고 말하자 경비과장이 “지구촌 축제서도 못 받았는데 어렵다”고 답변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을 상대로 기동대 배치 요청 진위뿐만 아니라 ▶사고 현장 늑장 도착 경위 ▶ 사고 최초 인지 시점 ▶지각 보고 이유 ▶도착 시각 상황보고서 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2지난 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꽃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청 정보부장·보건소장 등 추가 입건 검토
특수본은 해밀톤 호텔 대표도 조만간 소환해 주요 피의자 7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추가 소환이 필요한 2~3명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특정 사유가 아니라 설계·감리·건축 등 단계별로 적발된 문제점들이 종합적으로 붕괴의 원인이 된 삼풍백화점 사례를 참고해 사고 전 수립한 안전사고 대책의 적절성, 대책 이행, 초동 대응 등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개별 기관들의 과실을 종합적으로 판단, 공동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할 계획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한 기관의 조치만으로 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지 않는다. 각 기관의 주요 피의자가 조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신병 처리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박성민 경무관과 최재원 용산 보건소장,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전 서울청 상황3팀장 등 추가 피의자 입건 여부도 오는 23일까지 결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박 경무관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한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윗선’으로 지목돼 증거인멸과 직권남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특수본은 최 소장이 참사 당일 현장을 찾았다가 용산구청으로 돌아가는 등 석연치 않은 행적과 초기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 경무관의 소환시점에 대해선 “이번 주 중”이라고 말했고 김광호 서울청장 소환조사 가능성에 대해선 “서울청과 용산서 직원들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훈(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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