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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앞에 딸-김여정-이설주…"김정은 핵 대물림 드러낸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화성-17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에 자신을 똑 닮은 딸을 대동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4대 세습을 장기적으로 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이튿날 밝혔다. 사진은 20일 조선중앙TV가 추가로 공개한 김 위원장과 딸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자녀를 공식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지도자의 자녀는 후계 및 권력 구도와 직결된 인물이기 때문에 성별, 나이 등 구체적인 정보는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3명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자녀 수 역시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김 위원장 역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확정된 이후인 지난 2010년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처음 공개 활동에 나섰다.

김정은, 4대 세습 암시했나?
김 위원장이 핵무력 건설의 핵심 과업인 ICBM 발사 현장에 자신의 딸을 대동한 것은 대내외에 전달하고자 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4대 세습'을 염두에 뒀을 수 있지만, 아직 30대인 김 위원장이 지금 후계자를 공개했다고 보기엔 너무 이르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분석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두혈통이 대를 이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핵무력 완성은 김 위원장 일가의 중요한 업적이고 후대도 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주민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에 딸의 사진을 실은 건 '김 위원장에게 자녀가 여럿 있으며, 이들이 백두혈통을 잇고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한의 50년, 100년 뒤 모습을 구상하는 과정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50년, 100년, 몇 백 년의 후사(後嗣)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당 일꾼을 키워내라"고 주문했다. 이는 빨치산을 비롯한 '혁명 1세대'가 퇴진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미래 세대' 육성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로운 모습의 김정은 딸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 딸의 행동이나 표정 등이 자세히 드러난다. 가령 한쪽으로 물러나 있는 간부들과 달리 김 위원장 바로 옆에서 ICBM 발사를 지켜보거나, 김 위원장과 ICBM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이다.

20일 조선중앙TV가 추가로 공개한 김 위원장이 딸을 품에 안은 채 모니터를 바라보는 모습. 모니터에 띄워진 화면은 확인할 수 없게 처리돼 있다. 연합뉴스
정보당국은 지난 2009년 결혼한 김 위원장과 이설주 사이에 세 자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각각 지난 2010년과 2013년, 2017년에 낳은 딸 2명과 아들 1명이란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된 딸이 김 위원장의 몇 번째 자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 2013년 방북했던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언급했던 둘째 딸일 가능성이 있다. 당시 로드먼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의 둘째 딸인 주애를 만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잠재된 심리가 드러난 연출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은 어머니 고용희가 김정일의 정실부인이 아니란 점 때문에 아버지와 떨어져 은둔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며 "자신과 달리 아이들에게 '백두혈통'의 일원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해 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에 대한 애착, 어린 시절 언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한 보상심리 등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격하게 기뻐한 김여정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도 동행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ICBM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직후 김 위원장의 뒤편에서 간부들과 축하를 나누며 격렬히 기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인 이설주가 손을 모으며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격정적으로 환호하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 부부장이 지난 8월 담화에서 '핵은 우리의 국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여정이 3대에 걸쳐 내려온 과업을 거의 완성했다는 강한 성취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고지도자와 동석한 상황에서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일종의 특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거침없는 감정 표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선 수척한 얼굴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고, 이듬해 8월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 행사장에선 북한 주요 간부들과 행사를 진행하는 김 위원장의 뒤를 따르며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공개됐다.

또 지난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북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왔을 때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단장이자 북한 원로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공항 귀빈실 앞에서 김 부부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린 데 이어 먼저 소파 착석을 권하는 모습이 노출됐다.

차분하게 손뼉 친 이설주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의 화성-17형 발사 현장 동행도 눈길을 끈다. 이설주는 ICBM 시험발사 직후 간부들 사이에서 수줍은 듯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북한 퍼스트레이디'로서 당당함을 드러내는 한편, 부부 동반 활동을 통해 충실한 반려자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평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지난 9월 29일부터 보름간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이설주는 이런 이미지를 과감히 드러냈다. 이설주는 이날 오후 6시15분쯤 공식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국무위원장 휘장이 부착된 벤츠 S600 리무진 가드 차량을 혼자 타고 왔다.

그런데 이설주는 챠량이 판문전 평화의집 현관 앞에 멈추자 북측 경호원이 열어주는 문이 아닌 반대편 문을 스스로 열고 내려버렸다. 이같은 돌발행동을 두고 "공개 활동에서 김정은의 위상을 세워주기 위해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문 대통령 부부와 만나서 "남편께서"라는 식의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존칭을 구사하기도 했다.

'화성-17형'과 함께 등장한 김 위원장 일가의 모습에서 각자 자신들의 역할이 잘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대진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까지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무력 완성은 백두혈통인 자신들의 위업이며 이를 기반으로 백년대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이세영.황수빈(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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