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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해요체에서 해용체로

우리말의 높임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금 더 권위적인 세상에서는 아무래도 더 나누어지고 더 복잡합니다. 조금 더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높임법의 체계도 흩어집니다. 단순히 높임과 낮춤의 두 단계로 변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현대 사회에서는 높임법의 힘이 약해집니다. 민주주의가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민주사회라고 하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높임법의 체계가 생겨난다면 놀라운 일입니다.
 
 현재 우리말의 높임법이 복잡하다면 그것은 상대높임법 때문입니다. 어휘 높임은 많이 사라지고 이미 단순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나타내는 말은 성함과 존함, 함자 등이 있으나 실제로는 이름과 성함 정도만 쓰입니다. 존함이라는 말을 들어본 지도 오래입니다. 예전에는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도 엄청나게 복잡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인지 남의 아버지인지에 따라서 다르고, 살아계신 아버지인지 돌아가신 아버지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한편 요즘 상대높임법이 점점 단순해지고 있습니다. 현대어에서 상대높임법은 여섯 종류가 있다고 이야기하나 실제로는 네 종류 정도만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격식체에서는 ‘하십시오체’와 ‘해라체’, 비격식체에서는 ‘해요체’와 ‘해체’ 정도가 쓰입니다. 하오체나 하게체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쓰입니다.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경계도 희미합니다. ‘해요체’를 비격식의 상황에서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 가도 ‘해요체’ 천지입니다.
 
 그런데 상대높임법에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바로 ‘해용체’입니다. 이 높임법의 이름은 제가 만든 것입니다. ‘해용’의 표현은 처음에는 유아의 말투로 보였습니다. 귀여운 말투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먹었어요’를 ‘먹었어용’과 같이 표현하는 말투입니다. ‘예뻐요’를 ‘예뻐용’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해요체보다 더 친근한 비격식의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말투입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오해가 되거나 버릇없는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말투입니다.
 
해용체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말에 ‘이응’을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해요체가 해에 요를 넣는 것에 비해 해용은 해요에 이응을 붙이는 것이라고 단순히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이 매우 특이합니다. 특히 감탄사에도 이응이 첨가되는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이런 해용체의 표현이 처음에는 몇몇 사람의 말투처럼 보였으나 이제는 생활 현장에서도 폭넓게 사용됩니다. 카페 등에서 주문을 받을 때도 ‘넹’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메신저에서 준구어의 어투로 사용되었던 해용체의 말투가 실제 구어 상황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일반화되어 간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입니다. 향후 새로운 상대높임법으로 굳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해용체는 해요체와는 달리 어감 차이의 측면이 큽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미안해요와 미안해용, 고마워요와 고마워용의 어감 차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시작은 아동이나 여성의 말투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전 연령층, 남녀의 구별이 없이 쓰이는 하나의 체계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해용체의 즐거운 반란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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