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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여우굴을 피하려다 호랑이굴로

2017년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휩쓸고 갔을 때 우리는 애틀랜타로 피난 갔습니다. 일주일 후 다시 돌아오면서 길가에 쓰러진 나무들, 전선주와 간판들을 보면서 전쟁터도 이렇게 심하게 파괴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5년밖에 안 된 몇 주일 전 다시 허리케인이 우리가 사는 도시를 휩쓸고 갔습니다. 이번에는 일기예보가 우리가 사는 마을은 비껴갈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을 비껴갈 것이라던 허리케인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면서 그 붉은 색의 몽둥이가 우리 마을 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초초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불면 바다가 범람해서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니 높은 곳으로 피난을 가라는 경고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웃에 사는 이 박사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는 자기는 피난을 안 간다면서 나더러 불안하면 피난을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바닷가에서 한 2마일 떨어지기는 했지만 우리 집 바로 앞에도 큰 호수가 있는지라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내와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단층집이라 물이 들어오면 어쩌나 하고 고층빌딩에 사는 선배의 집으로 피난을 가기로 했습니다. 바닷가 고층빌딩에 사는 선배 집은 8층이라 물이 거기까지야 안 들어오겠지 하고 그리로 피난을 가자고 의논했습니다. 선배도 이런 때 같이 모여 있으면 걱정도 덜 되고 하니 어서 오라고 강권하여 그리고 피난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우리는 허리케인 방지 창으로 무장한 집에서 그야말로 안전하게 허리케인이 지나가도록 커피를 마시면서 지냈습니다. 전기가 나가서 어두웠지만 낮이라 견딜 만 했습니다.  
 
파도가 차올라 거리로 밀려오고 저 밑의 거리에 물이 차 자동차가 침수되는 것을 보면서 저걸 어떻게 하지 하면서도 우리 차의 생각은 꿈에도 안 했습니다. 빗방울이 약해지고 거리에 물이 빠지자 우리 차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려가 보니 주차장은 그야말로 빨래를 물에 담가 놓은 듯 검은색 자동차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며 주차장에 물이 빠지지 않아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전기가 나가니 전화 배터리도 약해지고 전기가 없으니 TV도 안 나오니 소식도 끊어졌습니다. 빌딩은 캄캄하고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으니 8층에서 어두운 데를 오르내릴 수도 없었습니다. 물도 끊어지니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쓰고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짐을 끌고 더듬더듬 내려와서 이웃집의 이 박사에게 전화하여 집으로 왔습니다. 차는 주차장에 물에 잠긴 채 두었습니다. 우리 집은 마당에 나뭇가지가 몇 개 떨어진 것뿐 말짱했습니다. 집으로 오면서 이 박사는 여우굴을 피해간다고 호랑이굴로 찾아들어 갔구먼 하면서 옷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집에 있었으면 안전했을 것을 피난을 간다고 바닷가 고층빌딩을 찾아 들어간 우리의 무식한 처사를 어떻게 변명을 할까요. 물이 들어올 것을 걱정하면서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은 얼마나 무식한 일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좋은 차들이 물에 한 번 잠기고 나면 완전 폐차가 된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요. 아무리 대학을 나와도 학위가 있어도 이런 상식이 없이 호랑이굴로 찾아 들어간 나는 어떤 바보일까요.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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