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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491자 한중 정상회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지난 15일 첫 대면 정상회의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100점 만점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줘야 하나. 실패나 40점 미만의 과락 운운할 수는 없지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당초 한중 정상회담이 확정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회담이 개최된 것에 그래도 선방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 [중국 신화망 캡처]
나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자위하고 그냥 지나가기엔 현재 처한 한중 관계가 안쓰럽다. 솔직히 윤 대통령이나 시 주석은 당분간 상대 국가를 방문할 의사가 없거나 형편이 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권의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터여서 이번엔 시 주석이 한국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 주석은 한국의 반중 정서가 강한 상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한국을 방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번에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궁색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16일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8486명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감염자가 많이 늘어난 국가다. 방한 조건으로 코로나 상황 운운하는 건 그저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6년 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로 인한 앙금이 가시지 않았기에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이처럼 양국 정상이 서로 먼저 방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은 제3국에서의 만남이다. 한데 이마저 사전에 결정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최종적으로 이뤄진 건 양국 고위급 간 소통이 그만큼 매끄럽지 못하다는 걸 말한다. 시 주석이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쌍방은 전략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건 바로 이를 두고 한 이야기 같다. 정상회담과 같은 커다란 사안을 미리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한중 관계는 불안 불안한 것이다.
그런 모습은 한중 정상회담을 전하는 중국의 보도 태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시 주석의 활동 내용을 글과 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처리 방식을 통해 중국 당국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4일 순방길에 오른 시 주석은 가장 먼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다자회의 말고도 수십 개의 양자 회담을 소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은 지난 17일 태국 방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중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 신화망 캡처]
우리가 주목할 건 우선 보도 분량이다. 인해전술로 유명한 중국은 먼저 양(量)을 통해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진핑이 처음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되던 해인 2012년 12월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중국 고위층의 새로운 진용’이라는 제목 아래 새로 뽑힌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소개했는데 시진핑에 대해선 무려 1만 5000자를 할애했다. 2인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절반 정도인 8000자, 나머지 서열 3~7위 정치국 상무위원은 3000자에 불과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와 태국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19명의 외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보도 분량이 가장 많은 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인데 기사 작성 시 글자 수를 표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보니 2868자의 기사에 영상은 10분 51초에 이른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행사 주최국인 태국 및 인도네시아와의 회담으로 각각 1610자와 1172자에 이른다. 네 번째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 회담으로 1025자의 글에 3분 54초 동안 전파를 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회담 내용 공개에 대해 항의하는 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놀라운 건 한중 정상회담 보도가 가장 짧게 처리됐다는 점이다. 491자에 1분 46초다. 500자 미만으로 보도된 건 19개 국가 중 우리가 유일하다. 우리 바로 위 18위는 칠레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528자다. 17위는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으로 543자, 16위는 호주 총리와의 회담으로 552자다.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600자 이상이 넘는다. 영상도 2분 이상을 할애했다. 시진핑이 19개 국가 정상을 만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회담만 500자도 안 되는 가벼운 분량으로 처리했다. 이게 바로 수교 30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현주소다.
때론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 중국의 모든 신문에 활자로 찍히고 중국의 모든 TV 전파를 탔을 이 보도는 중국이 세계 각국 중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상대하고 있음을 중국 인민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은 그래도 막판에 회담을 취소한 수낵 총리의 영국이나 시 주석과 말싸움을 벌인 트뤼도 총리의 캐나다보다는 나은 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실패나 과락이라 할 수 없겠지만, 결코 성공이나 합격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491자의 한중 정상회담은 그래서 점수로 말한다면 잘해야 49점, 아니면 41점이 아닐까 싶다.




유상철(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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