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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후회가 헛되지 않도록

여성국 팩플팀 기자
“후회없도록 최선을 다할 수 있길”.

지난 17일 수능시험장 앞, 수험생과 가족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대표팀 황희찬·김영권 선수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들 뿐이랴. 수험생과 운동선수만 이런 다짐을 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미래 어느 시점에 과거가 될 현재를 후회하지 않길 바라며, 중요한 순간을 준비하고 마주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는 이가 있을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지언정, 매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성과를 내는 일뿐 아니라 사랑·관계·건강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105개국 2만여 명의 후회를 분석해 『후회의 재발견』을 쓴 경제경영 작가 다니엘 핑크는 “후회하는 능력은 인간의 특권이고, 후회는 가르침을 준다”고 했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서 열린 ‘10·29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 촛불’ 행사 모습. [연합뉴스]
가장 최근 후회를 느낀 건, 장례식장에서다. 얼마 전, 친구가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갑자기 아팠고 무언가 시도해볼 틈 없이 세상을 떠났다. 더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게, 메신저 단체방에서 그의 말에 자주 대꾸하지 않은 것까지 후회스러웠다. 빈소에서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더 안부 묻고 지내자. 주변에 더 잘하자”는 말을 나누다 떠난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스쳤다. 산 자들을 위한 교훈을 찾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장지를 다녀온 뒤 친구 어머니는 “이제 어디가냐”고 물었다. “부모님 보고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는 내게 친구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 엄마 참 좋겠다. 엄마 꼭 안아주고 올라가”. 그 말에 친구에게 미안하던 마음이 사그라지면서도, 문득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 떠올랐다. 마침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인터뷰 기사들이 나올 때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은 국가의 역할을 물었다. 참사를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로 여기며 ‘사회적 후회’와 반성을 거쳤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책들이 나왔지만, 몇 년 후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 인파가 몰린 전날에라도 보완책을 세웠다면, 최초 신고와 경력 지원 요청 이후 신속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고 직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뒤늦게 “무거운 죄책감과 후회에 쌓여있다”고 말했다. 관련 책임자들의 늦은 후회와 사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니엘 핑크는 “후회는 의사결정 능력과 다양한 업무수행 능력을 높이고, 삶의 의미와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후회는 ‘최소화’가 아니라 ‘최적화’해야 하는 것으로, 개인과 조직,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후회를 초래한 일을 돌아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어떤 개인과 조직, 공동체는 후회를 반복하며 과거의 후회조차 잊는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이번 참사 이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관리·책임의 권한 있는 자들의 크나큰 후회가 반복되지 않길,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나 고통스러워하는 시민들의 ‘사회적 후회’가 헛되지 않길 바란다.



여성국(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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