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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러와 거리 유지하며 中·서방 밀착 외교 지속 전망

토카예프, 조기 대선 사실상 승리…"지정학적 위치 고려한 외교 추구"

카자흐, 러와 거리 유지하며 中·서방 밀착 외교 지속 전망
토카예프, 조기 대선 사실상 승리…"지정학적 위치 고려한 외교 추구"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개헌에 따라 임기 7년의 첫 단임제 대통령을 뽑는 카자흐스탄 조기 대선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9) 현 대통령이 사실상 승리하면서 러시아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중국·서방과 협력을 추구하는 현 외교 노선도 유지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열린 사회' 연구소 등 2개 기관이 이날 투표 종료 후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각각 82.45%와 85.52%의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초 2024년 끝나는 그의 임기는 2029년까지 연장된다.
이날 토카예프 대통령은 수도 아스타나에 차려진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외교정책을 묻는 말에 "지정학적 위치와 우리 시장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자 벡터 외교'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경제 등 분야에서 여전히 협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옛 소련 일원이던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처럼 우크라이나 사태에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또 경제 발전 등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등과 밀착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선거 전 발표한 공약에서도 자국 이익 보호와 이해관계에 있는 모든 국가와의 호혜적 협력 강화, 국제 평화 및 안보 등을 추구하는 외교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이 지정학적 지위를 활용한 줄타기 외교를 펼치는 까닭에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이번 조기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자국 서부 국경과 접하거나 인접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신(新)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처음으로 밝혔으며, 지난 9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2개월 만에 외국 방문을 재개하면서 첫 해외 순방지로 카자흐스탄을 택했다.
미국 등 서방도 중앙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지역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6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찾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토카예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 영토보전에 관한 유엔헌장에 대한 확고한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DPR과 LPR,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4곳에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해 시행한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내놨다.
도날드 루 미 국무부 남아시아·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 역시 지난 6∼11일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찾아 무역·경제 등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대선 승리로 토카예프 대통령은 과거 30년간 장기집권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떼고 정치적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내세운 '새로운 카자흐스탄 건설'을 위한 개혁 드라이브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자진 사임 후 3개월 뒤에 열린 2019년 6월 조기 대선에서 70.96%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후 2년 반 동안 그는 자신을 지지한 전 정권의 충실한 후임자 역할을 수행했지만, 지난 1월 연료비 급등으로 촉발돼 232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대규모 시위 저변에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의 장기 독재와 전횡 등으로 악화한 경제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위 진압 후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 정권과 연계된 부정부패 기업들을 축출하는 등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대규모 개혁을 추진해 왔다.
특히 개헌을 통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인 '국부' 자격을 박탈하는 등 전·현직 대통령 권한 축소, 의회 권한 확대, 대통령 임기 7년 단임으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개혁을 추진했다.
또 부패 근절과 부의 공정한 재분배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공정한 국가·경제·사회 원칙에 기반한 정치적 현대화 지속 등도 약속했다.
카자흐스탄 정치 분석가 카즈벡 베이세바예프는 "토카예프 대통령은 자신의 과제가 국가의 정치적 현대화라고 말했다"며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국가 통치 시스템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카자흐스탄에는 지난 몇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며 "이런 까닭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개혁을 시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야당 등 신뢰할만한 견제 세력이 없는 현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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