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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유니폼에 무지개 완장 뜬다…295조 퍼부은 월드컵 무슨일 [지도를 보자]

“엄지 모양을 한 이곳은 어디일까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힌트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사막의 장미'를 모티브로 설계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한 OOO 국립박물관 모습. '금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며 지난 2019년 3월 개관했다. 사진 현대건설 홈페이지
① ‘사막의 장미’ 형상화한 韓건설기술 집약체 ‘ooo 박물관’
② 사상 최초로 겨울에 축구 월드컵 여는 곳
③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알파벳 Q로 시작하는 나라

주변 지도를 살펴볼까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감이 오셨죠? 서아시아에 위치한 카타르입니다. 제22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11월 20일~12월 18일)이 열리면서 전 세계 이목이 중동의 첫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아라비아반도 동쪽에 위치한 카타르는 페르시아만을 끼고 엄지처럼 삐죽 튀어나왔습니다. 경기도 크기만 한 작은 반도 국가죠. 진주 채취로 먹고사는 가난한 나라였지만, 1939년에 석유, 1971년에 천연가스 매장이 확인되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가 됐습니다.

섭씨 50도 육박에 첫 겨울 대회

국토 전체가 건조사막기후에 해당하는 카타르는 여름 최고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합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습도도 최고 70%가 넘어 체감 온도는 그 이상입니다. 여름에 열리는 축구 월드컵이 카타르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 한번도 개최되지 않은 것도 날씨 탓이 가장 크죠.

그런데 카타르 정부는 지난 2010년 이렇게 제안합니다. “더위는 결코 문제가 아닙니다. 전 경기장에 최신식 에어컨을 전부 설치하겠습니다.” 이 제안이 솔깃했는지 FIFA는 미국·한국·일본 등을 제치고 카타르로 낙점합니다.

압둘아지즈 알 이샤크 경기장 매니저가 지난 2019년 12월 카타르 알 와크라 축구 경기장의 에어컨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4만석 규모의 이 경기장에선 월드컵 조별리그 6경기와 16강전 1경기가 열린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아무리 에어컨을 가동해도 한여름 더위는 선수들에게 가혹하다는 논란이 일자, 결국 지난 2015년 다소 선선한(평균 온도 섭씨 25도 이하) 겨울에 열기로 합니다. 월드컵 사상 최초입니다. 겨울에 프로축구 시즌을 치르는 유럽은 항의가 거셌죠. 유치 과정에서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FIFA 일부 집행위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축구광’ 타밈 국왕, 세계 최고 큰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타르는 굳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월드컵을 개최하는 걸까요.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엄청난 ‘축구광’입니다. 타밈 국왕은 10대 초반에 영국으로 건너가 명문 사립 셔번 스쿨과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는데요. ‘축구 종가’에서 10여년을 보내면서 축구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프랑스 방송 프랑스24에 따르면 타밈 국왕은 ‘중동의 소국’ 카타르의 명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축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카타르 명문 축구클럽 알 사드 구단주를 맡아 카타르 프로축구를 부흥시킵니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은퇴를 앞둔 유명 선수를 대거 영입해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0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자 2011년에는 프랑스 명문 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을 약 5000만 유로(약 695억원)에 인수하고는 리오넬 메시·네이마르·킬리안 음바페 등 세계 최고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만 12억6600만 유로(약 1조7600억원)를 씁니다.

당연히 월드컵에도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죠. 자욱한 모래바람이 날리는 곳에 새로운 경기장 7곳, 100여개가 넘는 호텔에 지하철·신공항·도로 등을 건설하느라 최소 2200억 달러(약 295조원)를 썼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150억 달러)을 제치고 ‘가장 비싼 월드컵’이란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간당 1.2달러 노동자가 만든 경기장

이렇게 열과 성을 다했는데 카타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영국 BBC,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선 “카타르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논란이 있는 개최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문제가 불거져 개막 직전까지 월드컵 보이콧 논란에 시달렸기 때문이죠.

카타르 인구는 약 280만명인데, 그중 카타르 시민권자는 약 40만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40만명은 인도·파키스탄·네팔·이란·이집트·스리랑카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오일머니에 따른 상당한 복지·교육·의료 혜택으로 카타르 시민들은 굳이 힘들게 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난 2019년 12월 20일 카타르 루사일의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공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컵과 관련된 인프라와 경기장은 전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설했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노동 환경이 참혹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섭씨 45도가 넘는 기온에서도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에 내몰렸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한 노동자는 “8~10시간 동안 휴식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며 “쉬는 시간만큼 더 일하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월드컵 관련 건설 외국인 노동자 6500여명이 사망했다는 가디언 등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인은 대부분 심장마비, 호흡 부전 등이었는데요. 의료 전문가들은 극심한 폭염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임금은 시간당 고작 1.2달러(약 1600원) 정도입니다. 심지어 이 임금마저 못 받은 사례도 많았습니다. 카타르 정부는 근무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노동 현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슬람 문화 영향 성 소수자 탄압

중동 지역 국가 중 처음 열리는 월드컵인지라 이슬람 문화에서 비롯한 성 소수자 탄압도 논란이 됐습니다. 카타르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뿌리인 와하비즘이 지배하는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카타르 형법에 따르면 동성 관계를 포함한 혼외 성관계를 한 자에게 최고 7년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슬림일 경우 샤리아법(이슬람의 기본법)에 따라 사형 선고도 가능합니다. 이러니 성 소수자들은 아무리 축구가 좋아도 카타르에 가는 걸 두려워할 수밖에요.

논란이 커지면서 카타르 정부는 지난 6월 한시적으로 동성애 금지법을 중단하겠다며 유화책을 내놓죠. 그런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지난달 말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무단 체포돼 감옥으로 끌려가는 등 인권 탄압이 계속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비판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방에선 응원 보이콧 논란 확산

 독일 축구팬들이 지난 9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RB 라이프치히와 SC 프라이부르크의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 경기에서 '보이콧 카타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권을 중시하는 서방에선 월드컵 보이콧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2018년 월드컵 우승팀인데도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거리응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웨일스의 축구 팬들은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도 원정 응원을 가지 않기로 했죠. 최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경기장 관중석에는 월드컵을 보이콧한다는 내용의 걸개가 등장했습니다.

각국 축구대표팀은 유니폼과 완장 등으로 항의 표시를 보일 예정입니다. 덴마크 대표팀은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은 검은색 유니폼을 제작했고요. 미국은 성 소수자 포용을 촉구하는 의미로 대표팀 문장에서 붉은색 세로줄을 성 소수자 권리의 상징이 된 무지개색으로 교체했습니다.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 대표팀 등은 무지개색 완장을 차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축구협회가 공개한 무지개색이 들어간 문장. 사진 트위터 캡처

그러나 막상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면, 카타르는 인권 침해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스포츠세탁’(sportswashing)에 성공할지도 모릅니다. 타밈 국왕은 “월드컵 사상 전례 없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월드컵은 우리에게 훌륭한 광고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자신에 차 있습니다.

타밈 국왕의 ‘월드컵 전략’이 성공한다면 올림픽까지 개최하겠다고 달려들지 모르겠습니다. 타밈 국왕은 현재 카타르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입니다.



박소영.김서원(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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