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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기후재앙 피해, 선진국이 보상 첫 합의

20일 이집트 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폐막식에서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무부 장관(앉은 사람)이 결정문을 발표하자 사절단이 박수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나라들이 20일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개도국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은 “수십 년간의 싸움을 끝낸 역사적 합의”라며 환영했다. 다만 세부적인 재원 마련이나 보상 방식은 합의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CNN 등에 따르면 COP27 의장인 사미츠 슈크리 이집트 외무부 장관은 이날 이집트 샤름엘셰이흐에서 열린 회의에서 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을 당사국 합의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원래 18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국가 간 견해차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연장 협상을 벌여 20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고,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최대 쟁점은 이번 총회에서 정식 의제로 처음 채택된 손실과 피해 기금 문제였다. 아프리카·아시아 개도국들과 카리브해·남태평양 섬나라들은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이 미미한데도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등으로 고통받는 개도국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일종의 피해 보상 성격이다.

“개도국의 승리…온난화 협상 걸림돌 제거”

지난 19일 COP27에서 독일의 루이자 노이바우어(왼쪽) 등 환경운동가들이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과 개도국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 보상기금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그간 선진국들은 자칫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부담을 질 수 있다며 기금 조성에 소극적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이날 기금 조성 자체에 합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WSJ는 “지난 수년간 기후변화 관련 대책을 주장한 개도국의 승리이자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주요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기후 관련) NGO 단체 등도 이번 협상 결과를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기금 재원 마련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선진국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중국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개도국도 재원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들어 기후변화로 전례 없는 피해를 본 파키스탄이 이번 합의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134개 개발도상국으로 이뤄진 G77 의장국으로서 선진국들과 협상을 주도했다. 파키스탄은 올여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500여 명이 숨지고 300억 달러(약 40조29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보았으며, 수재민이 전체 인구의 15%인 3300만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기금 조성엔 동의했지만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보상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부담할지 등 기금 마련과 운용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다스굽타 세계자원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개도국들은 기금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아무런 보장 없이 이집트를 떠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합의일뿐 의무 아니다” 격론 예고

실제로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기금 지원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NN 등에 “기금의 재원과 무엇을 할지에만 초점을 맞춘 합의일 뿐, (재원 마련에 대한) 법적 의무나 보상금 조항을 포함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다음 COP에서 향후 기금 마련·운용과 관련해 격론이 예상된다.

이번 총회에선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 목표와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미비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 방안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뿐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한 탄소 감축에 미흡했다”고 이번 총회를 평가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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