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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차이로"…퇴직금커녕 9년 전 임용도 취소된 사연 [그법알]

[그법알 사건번호 113] 퇴직금 신청에 돌아온 답은 “9년전 채용도 무효”…이유는
픽사베이
지난 2012년 7월부터 약 9년간 국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A씨. 일을 그만두기로 한 뒤 공무원연금공단에 퇴직급여를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국회가 과거 임용 사실까지 취소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일한 기간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거죠.


왜일까요? A씨가 최초 임용된 2012년 7월 30일 당시에 A씨에게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가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습니다.

A씨에게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A씨는 공기호부정사용죄로 징역 9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데요. 공기호부정사용죄는 국가가 정한 기호를 마음대로 위조해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떼고 다른 번호판을 붙여 공기호부정사용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흔하죠.

A씨의 형은 지난 2008년 7월 31일에 확정됐습니다. 확정일부터 계산되는 2년의 집행유예 기간은 2010년 7월 30일까지였고,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결격 사유가 사라지려면 이로부터 2년을 더 기다려야 하겠죠. 그렇다면 A씨는 2012년 7월 31일부터 채용이 가능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A씨가 국회의장으로부터 인사명령을 받은 것은 하루 전인 2012년 7월 30일입니다. 하루 차이로 채용이 무효가 된 겁니다. 지난해 A씨는 국회의장의 인사명령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A씨는 일차적인 책임을 경찰청으로 돌렸습니다. 지난 2012년 A씨 임용 과정에서 경찰청이 국회에 신원조사 회보를 보냈는데, 당시 준법성 관련 항목에 대해 '특이점 발견되지 않음'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용 결격사유가 있는지 없는지 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경찰청인데, 당시 경찰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신원 조사회보서를 보냈으니 이에 따른 국회의 인사명령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장이 인사 명령을 뒤늦게 취소한 것은 신뢰 보호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A씨는 주장했습니다. 신뢰 보호 원칙은 어떤 제도가 그대로 존속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어떤 법적 지위를 형성했을 경우, 국가는 해당 제도를 고치거나 없앨 때 국민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법원
법원 판단은?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단 하루 차이긴 하지만, A씨가 임용된 시점에는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국가 과실로 인해 임용 당시에 결격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임용행위는 당연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후에 결격 사유를 발견하고 임용 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애초에 임용 행위가 무효였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A씨가 주장하는 '신뢰 보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A씨는 경찰청의 신원조사 회보가 정당하다고 믿은 자신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 신원조사 회보의 성격을 달리 봤습니다. 이 회보가 인사명령을 하는 주체인 국회의장이 공적으로 견해를 표명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인사명령을 취소한 국회의장에게 이 회보를 근거로 신뢰 보호 원칙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결격 사유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했습니다. A씨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야 임용되는 것을 언급하며 언제쯤 임용서류를 제출하면 좋을지 국회에 문의하기도 했던 점 등을 들었습니다. 당시에 '채용 후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당연퇴직 조치되고 불이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제출했다고 하네요.

이에 재판부는 "A씨가 신원조사 회보에 근거한 인사명령이 정당하다고 믿은 것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국회가 공적으로 인사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달라는 주장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오효정(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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