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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 묻힐 뻔"…檢 '팔 없는 머리' 돼야하는 이유 [Law談-윤웅걸]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 변호사 회원 115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5%는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지연되거나 연기된 사례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냐는 질문에는 66.1%가 ‘심각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2020년 9월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대통령령 개정 입법 예고안에 반발한 현직경찰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경찰청 교육장 앞에서 수갑을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아울러 경찰 수사 지연의 주요 원인을 묻는 말에는‘경찰의 수사역량 부족’이 72.5%, ‘경찰의 과도한 사건 부담’이 62%,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가 34.8%,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가 29.7%로 조사됐다.

한편 경찰대 부설 연구기관인 치안정책연구소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보직에 대한 선호도 평가를 진행한 결과, 수사부서에 대한 선호도 점수는 0.395점으로 비수사부서 0.605점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수사 전문성을 위해 경찰은 수사인력을 따로 선발하는 ‘수사경과 제도’를 운영 중이나, 업무 과중 등으로 올해 초 1900명이 넘는 역대 최다 인력이 수사부서를 기피해 수사경과에서 해제됐다고도 한다. 이쯤 되니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언론 보도까지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결과를 받아보면서,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미명하에 무엇을 목적으로 이른바 ‘검수완박’을 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 검찰의 개혁 필요성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바이므로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이기는 하나, 개혁이라는 것은 그 동기가 정당하고 방법이 적정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정파적 이익에 함몰돼 ‘검찰이 우리에게 불공정하게 했으니 우리가 힘이 있을 때 그 권한을 모두 박탈해야 한다’라는 동기와 방식으로는 한풀이는 될지언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검찰개혁은 이룰 수 없다.

외국 대학에 유학을 다녀오거나 외국 검찰청에서 연수를 마친 국내 검사들, 그리고 실제 국내외 행사에서 만난 외국 검사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외국의 검사들은 그들의 헌법이나 법률이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그 행사를 자제하는 반면 수사지휘권을 통해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데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지난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66년 만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등 형사사법절차에 큰 변화가 일게 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안내표지판. 뉴스1
결국 우리 검찰의 개혁 방향은 서구 선진국 검찰의 제도적·현상적 모델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즉 검사에게 선언적으로 수사의 주재자로서 수사권이 있음을 법률적으로 보장하면서도, 검사는 스스로도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직접 수사는 하지 않거나 줄이는 대신 경찰 수사에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수사지휘는 더욱 강화하도록 제도로 정비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경찰의 수사는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활용해 적절히 통제해 왔다. 검사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그에 따라야 하는 경찰에게는 불편함이 있었으나, 국민에게는 인권을 보장하는 유익한 기능을 해 왔다. 역사적으로도 검찰의 수사지휘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힐 뻔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검사의 수사지휘가 검찰 개혁에 어떠한 이유도 제공한 바 없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수사지휘권까지 폐지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지휘란 무엇인가? 수사지휘는 검사가 경찰을 노예처럼 부리는 행위가 아니며,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도 아니다. 만약 수사지휘가 이러한 개념이라면 폐지돼야 마땅하다. 수사지휘는 검찰이 경찰보다 상급기관이라는 기관 대 기관 간의 의미도 아니고, 단지 경찰 중 수사권을 행사하는 사법경찰과 이를 사법적으로 통제하는 검사 간 일대일의 기능적 관계에 불과한 것이다.

수사지휘는 수사과정에서 체포·구속·압수수색 여부, 혐의 인정 여부 등 사법적 판단에 대해 검사와 경찰 간에 의견의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 행정공무원인 경찰보다 법률가이자 준사법기관으로서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의 책임을 지는 검사의 의견을 우선시함으로써 경찰수사에 대하여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법원도 판례에서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해 경찰은 수사와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일반적 지침 또는 일반적·구체적 지시와 지휘를 통해 경찰의 수사활동을 법적으로 조정·통제하고 검사와 경찰의 의견이 일치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검사의 법률적 판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제도로 보고, 경찰은 수사 업무에 관해 검사의 지시와 경찰 조직상 상급자의 지시가 다를 경우 검사의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검수사권, OECD 회원국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본래 우리 형사소송법은 “경찰은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하며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우리 형사소송법의 조항은 “검사는 경찰에 일반적·구체적 지시(instructions générales ou particulières)를 할 수 있다”는 프랑스 형사소송법의 규정과, “검사는 경찰을 통하여 수사를 수행할 수 있다, 경찰은 검사의 요청(Ersuchen)이나 지시(Auftrag)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verpflichtet)”는 독일 형사소송법의 규정, 그리고 “검사는 경찰에게 수사에 관하여 일반적 지시(一般的指示)를 할 수 있다, 검사는 경찰을 지휘하여(指揮して) 수사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는 일본 형사소송법의 규정 등 사법 선진국들의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었다.


한편 2008년 사법개혁을 단행한 오스트리아는 검경의 협조와 검사의 수사지휘권에 관한 좋은 예를 제공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형사소송법에서 “경찰과 검찰은 가능한 협의하여 수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검사는 경찰에 적절한 지시(Anordnung)를 해야 하고, 경찰은 검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befolgen)”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범죄 척결을 위해 검찰과 경찰이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어떻게 행사돼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사는 범죄척결을 위한 국가의 합법적 폭력행위로서 필연적으로 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작용이다. 그러므로 검사는 이러한 행위에서 한발 떨어진 객관적 관점에서 경찰이 효율적으로 범죄를 척결하도록 사법적 역량을 지원하면서도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인권침해나 불법적 수사행위에 대하여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법무부는 다수 야당이 법률로 제한해 놓은 검사의 수사권은 시행령으로 확대하는 등 수사권의 확충에는 관심이 크나, 정작 필요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회복에 대하여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으로 포장하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검사가 공안에 종속되는 중국식 보완수사 요구권을 만들어 놓았는데, 신속히 선진국 형태의 수사지휘권으로 환원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여 검사는 직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수사권보다는 간접적 권한인 수사지휘권에 집중함으로써 유럽 검찰의 선구자들이 구상했던 ‘팔 없는 머리(Kopfohne Hände)’가 돼야 한다. 이로써 검사가 적법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 경찰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하여, 검수완박 이후 현재 수사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대 혼란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로담(Law談) : 윤웅걸의 검사이야기
검찰의 제도와 관행, 검사의 일상과 경험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검사와 검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바람직한 형사 사법제도의 모습을 그려 보고자 합니다.
윤웅걸 변호사
※윤웅걸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 전 서울지검 2차장검사/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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