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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오마주

지난 1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 남녀 배우를 통틀어 수여하는 베스트 퍼포먼스 부문 수상자는 ‘오마주’의 이정은이었다. 이정은은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도 배우 부문 수상을 했으니, 올해 국제적으로 가장 성과를 거둔 여성 배우인 셈이다.  
 
그의 첫 주연작인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는 영화에 대한 영화다. 이정은은 영화감독 지완으로 나오는데, 세 번째 영화까지 내리 흥행에 실패한 상황에서 제안을 받는다. 한국의 두 번째 여성 감독이었던 홍은원의 ‘여판사’(1962)라는 작품 복원 작업이다.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은 영화의 사라진 조각을 찾기 위해 지완은 동분서주한다.
 
결국 찾아간 곳은 지방의 어느 허름한 극장이다. 극장주가 모자 사업을 했다는 그곳 영사실엔 수많은 모자가 쌓여 있지만 ‘여판사’의 흔적은 없다. 여기서 작은 반전. 오래전 상영이 종료된 영화의 필름은 잘라서 모자챙으로 재활용되곤 했는데, ‘여판사’ 프린트도 그렇게 사용됐던 것이다. 지완은 빛 아래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미지를 확인하는데, 이때의 표정은 ‘오마주’에서 이정은의 ‘베스트 퍼포먼스’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절제돼 있고 일상적이며 정적이지만 이 장면만큼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드러낸다. 단 일차원적으로 터트리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감정의 충만함을 드러내는 환희의 표정. 연기의 완급 조절은 이런 것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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