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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 아끼려다 이 모양 됐다" 63만명 울린 '짠테크'의 결말

‘20% 할인 판매’
지난 2017년 7월 설립된 머지홀딩스(머지플러스)가 다음해 2월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머지머니’ 서비스를 시작하며 내건 파격적인 제안이다. ‘머지머니’란 선불 모바일 상품권의 일종으로, 여러 업종의 모바일 상품권을 통합(merge)했단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가격보다 20% 할인된 가격으로 이 상품권을 산 뒤 애플리케이션(앱) ‘머지포인트’에 등록하면 제휴 매장에서 액면가 만큼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예컨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8만원에 사서 앱에 등록하면 10만원 어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식이었다. 이에 63만여명의 고객이 몰리면서 2660억여원 어치의 머지머니가 팔렸지만, 실상은 ‘실체 없는 거짓말’이었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지난해 8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 머지포인트 회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환불 관련 인적사항을 모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성보기)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머지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 권보군(35)씨와 대표 권남희(38)씨 남매에게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권남희씨의 또 다른 동생 권모(37)씨에 대해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약 60억여원을 추징할 것도 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권씨 남매가 판매한 머지머니 사업은 애초부터 지속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들이 내건 20% 할인이 실현되려면 머지플러스가 그 차액을 온전히 부담해야하는데 이를 충당할 만한 별다른 수익 사업이나 투자 유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월 1만5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상품권 구매 없이도 가입 매장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구독을 유인할 기제가 없었다. 재판부는 “구독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요원하게 보일 뿐이다”라고 판단했다.

20% 할인을 내세워 고객을 모으는 구조상 가맹점 등에 정산해야 할 비용이 머지머니 판매대금보다 더 커지는 상황인데도 권씨 등에겐 이 문제점을 풀어나갈 새로운 기술이나 자금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머지머니를 먼저 구매한 사람의 대금을 나중에 구매한 사람의 돈으로 막는 속칭 ‘돌려막기’ 방식의 운영이 불가피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이런 불안정한 구조임에도 왜 고객들은 머지머니를 택했을까. 머지머니 8만원어치를 샀었다고 한 A씨는 “내가 내는 돈보다도 더 비싼 걸 살 수 있는데 안 사고 배기겠나”고 반문했다. 17일 기준 3만1000여명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 ‘머지포인트 피해자 모임’엔 수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다양한 피해 사례가 올라와 있는데 “아기 간식값 아끼자고 (머지머니를) 샀다” “학생인데 쓰기 편해서 샀다” “한 푼 아끼려다가 이 모양 됐다”는 토로가 쏟아졌다. 실제 머지머니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수단으로 단기간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었다.
머지플러스 대표 권남희씨(왼쪽)와 머지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인 권보군씨가 지난해 12월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 과정에서 법원은 권씨 남매의 ‘눈속임’이 주요했다고 봤다. 권씨 남매가 보낸 지난해 6월 28일 메시지를 보면 ‘머지머니 5만원 줄까’ ‘광고비로 50억원을 써볼까’ ‘할인율이 낮아지더라도 구매해야 할 이유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할인율 조정이 필요했는데도 그저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권씨 남매가 마케팅 방안에만 몰두했다고 짚었다.

사업의 구조적 한계가 충분히 예견됐지만, 합리적인 대안 마련은 없었으며 적절한 안내는커녕 ‘문제없다’는 허위 공지로 소비자를 속였다는 점도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더군다나 권보군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횡령 등 혐의를 숨기기 위해 지인에게 허위 차용증 등 증거 위조를 교사한 혐의도 드러나 지난 16일 추가 기소됐다.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주는 ‘후광 효과’도 이번 사태의 요인으로 언급된다. 머지머니는 G마켓, 11번가, 티몬 등 여러 유명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됐는데, 최초 판매 당시엔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플랫폼 측 입장이다. 결국 머지플러스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채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해 8월 11일 상품권 판매가 중단되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가 이어졌다.

권씨 남매는 머지머니 판매로 얻은 수익금 중 66억여원을 빼돌려 고급 승용차 리스, 주식 거래, 생활비 등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수익 실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사업 규모를 키웠으며 회삿돈을 무분별하게 소비해 다수의 피해를 초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대표변호사는 “머지플러스 사태와 유사하게 소비자를 현혹시키려는 목적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폰지(신규 고객 돈으로 기존 고객에게 수익 제공) 사기 유형은 많이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나운채(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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