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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가장 맛있다"...재배만 하면 100% 납품 보장된 사과

지난달 28일 오후 충남 예산군 한 농장에서 사과 수확이 한창이었다. 농장주 성기원(55)씨는 “지금 따는 사과는 전량 납품할 곳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사과를 수확한 뒤 정해진 장소로 보내기만 하면 올해 농사가 모두 끝난다고 했다. 다른 농가처럼 별도 보관 창고나 판매할 거래처를 알아볼 필요가 없다는 게 성기원씨의 설명이다.
지난 10월 28일 충남 예산의 APC센터에서 농가들이 보내온 엔비사과를 선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0여 년 전 고향인 예산에서 사과 농사를 시작한 성기원씨는 당시만 해도 낯선 품종이었던 ‘엔비(ENVY)’를 선택했다. 품종을 보급하는 회사에 재배계약을 체결하면 생산한 사과를 모두 납품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성씨는 “(사과) 농사를 시작할 때 초기비용 부담이 적고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강조했다.

농가, 초기비용·판로부담 덜어 '일석이조'
엔비사과는 클럽품종으로 라이선스(자격)를 보유한 클럽(AIGN)이 재배 면적과 생산량· 판매·마케팅을 모두 관리하는 품종이다. 농가는 품질을 높이고 수확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뉴질랜드가 원산지인 엔비사과는 국내 독점 판매 권한을 보유한 H&B아시아가 농가와 계약을 체결한 뒤 수확한 사과를 모두 납품받는 방식으로 재배와 유통이 이뤄진다. 엔비사과의 정식 품종명은 사일레이트(Scilate)’로 유전자 변형이 아닌 자연 교배로 탄생한 품종이다.

H&B아시아는 뉴질랜드 기업인 티엔지(T&G)에서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전 세계 10개국에서만 엔비사과 생산과 판매가 이뤄질 정도로 재배 지역과 생산량이 많지 않다. 한국은 대표적 사과 산지인 예산지역 150여 개 농가에서 엔비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예산 사과 생산량 중 25% 정도가 엔비로 국내 전체로 보면 2~3%가량으로 추산된다. 충북 보은과 강원 홍천 등에서도 엔비사과가 출하된다.
지난 10월 28일 충남 예산의 APC센터에서 농가들이 보내온 엔비사과를 세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H&B아시아는 농가에서 매입한 사과를 예산과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로 보낸 뒤 착색과 중량·흠집·당도 등 4가지 조건에 맞춰 등급을 나누고 시세에 맞춰 가격을 결정한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흠과(흠이 있는 과일)까지 모두 가져와 주스나 잼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단 한 개의 사과도 버리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한다. 농가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도 높고 아삭한 식감…일반사과보다 무거워
엔비사과는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으로 잘 알려진 품종이다. 세계적으로는 ‘후지사과 이후 100년 만에 탄생한 맛있는 사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선 후지보다 2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사과의 브릭스가 12~13 정도인데 엔비사과는 15~18브릭스를 유지한다. 과육 조직이 치밀해 같은 크기의 사과보다 무겁고 깎은 채로 보관해도 쉽게 색이 변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국내 엔비사과 재배면적은 250㏊로 H&B아시아는 50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H&B아시아는 수확량을 늘리고 농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매달 두 차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른 품질을 유지하고 새로운 재배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농업 분야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사과재배에 뛰어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절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H&B아시아의 판단이다.
지난 10월 28일 충남 예산의 APC센터에서 농가들이 보내온 엔비사과를 포장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H&B아시아 관계자는 “고품질의 사과 생산과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브랜드이지만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추가 재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진호(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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