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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차례 가족있다 했는데..." 파헤쳐 진 父 묘지, 무슨일[e즐펀한 토크]

지난 2일 오후 전남 목포시 연산동 산정근린공원 조성 예정지. 가족과 함께 부친 산소를 찾아간 박모(50·광주광역시)씨가 털썩 주저앉았다. 공원 개발로 열흘 뒤 개장(改葬)할 예정이던 묘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지럽게 파묘(破墓)가 된 무덤 터 옆에는 부친과 가족들 이름이 적힌 묘비가 나뒹굴었다. 박씨는 “묘를 옮기기 전에 토신재(土神祭)를 지내자는 지관(地官)의 말을 듣고 함께 갔는데 이미 파묘가 된 후였다”고 했다.


당황한 박씨는 산정공원 사업 시행자인 목포시를 찾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부친 산소를 연고자가 없는 묘지로 판단해 이미 화장까지 마쳤다는 답변이었다. 목포시에 따르면 해당 묘지는 지난달 28일 파묘 후 이튿날 화장돼 전남 함평 한 납골묘역으로 옮겨졌다. 박씨가 이장 전 제사를 지내기 위해 묘지를 방문하기 사흘 전이다.


유족 측은 “2021년 9월 산정근린공원 개발과 관련한 묘 이장 공고를 본 후 목포시청과 시공사에 7차례나 가족이 있는 묘라는 걸 알렸는데도 무연고묘지로 처리했다”며 “올 추석을 비롯해 26년을 관리해온 선친 묘소가 도시개발로 인해 강제로 훼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목포시 연산동 산정근린공원 조성 과정에서 부친의 묘지가 무연고묘지로 처리된 유족이 지난 16일 파묘된 묘지 앞에서 비석을 쓰다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7차례나 가족 사실 알렸는데 파묘·화장”
목포시 민간공원 조성 사업 과정에서 유족 동의 없이 묘지와 유골이 훼손됐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산정공원은 민간개발을 통해 산정동 일대 46만8907㎡ 면적에 공원과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유족 측은 “시행자인 목포시와 S건설, 시공사가 묘지와 유골을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해당 유골의 강제 집행 논란이 불거진 후 시공사 측 묘지 이전을 맡은 하도급업체 책임자는 사직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산정공원 시행·시공자들은 이장할 가족이 있는 무덤을 다른 무연고묘지 40여구와 함께 개장하고 화장 처리했다. 해당 묘지는 고유번호(575번)가 부여돼 관리를 받아온 천주교 공원묘역 중 하나였다. 유족들은 연고가 확실한 무덤이 다른 무연고묘지와 함께 강제 집행된 과정을 수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산정공원 사업지 내 묘지 총 3500여기 중 2000여기 정도가 무연고 묘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목포시 연산동 산정근린공원 조성 과정에서 파묘된 묘지 앞에서 유족이 천주교 공원묘역임을 알리는 현판을 가리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시 “시공사가 제출한 자료 토대로 개장 허가”
유족들은 묘지 이장 업무를 맡은 목포시측이 관련 서류 검증과 현장 방문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개장과 화장허가서 등을 발급했다고 주장한다.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27조)’에는 무연고묘지의 개장허가 신청자는 기존 분묘 사진과 무연고 사유, 묘지가 신청인 소유임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시장 등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목포시 측은 "시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적법한 과정을 통해 개장·화장 허가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파묘할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대행업체가 제시한 도면과 서류 등을 근거로 허가해준 것”이라며 “피해자의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공사와 함께 최대한 상황 파악을 한 후 보상책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함평의 한 납골묘역에 전남 목포시 산정근린공원 조성 과정에서 화장 후 옮겨진 무연고 유골 수십여구가 놓여져 있다. 사진 박모씨
“유골 섞였을 가능성”…화장 마쳐 DNA 검사도 불가
파묘 후 유골을 화장하고 봉안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화장 후 옮겨진 함평의 납골묘역에는 산정공원 예정지에서 파묘한 무연고 유골 수십여구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 5일 납골묘를 찾았더니 나무함에든 유골들이 번호도 없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며 “과거 공동묘지 이전 사례 등에서 숱하게 불거졌던 유골 훼손과 관리 부실 사례를 봤을 때 아버지 유골이 맞는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부친 유골이 다른 유골과 섞였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화장한 유골에서는 DNA(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젊은 나이에 작고하신 선친을 지관이 정해주는 좋은 곳으로 모시려 했는데 유골의 진위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 막막하다”며 “목포시와 시공사 등의 개장·화장허가서 발급 과정 등을 봤을 때 추가 피해자가 더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남 목포시 연산동 일대 46만8907㎡ 부지에 34만여㎡의 공원과 1700여세대의 공동주택을 짓는 산정근린공원 조성 예정지.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목포시 산정근린공원 조감도. 사진 목포시
논란 불거지자 하도급업체 책임자 사직
이에 대해 시행사인 S건설 측은 “이장 대행 업무를 맡은 하도급업체가 무연고묘지 파악 과정에서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있어 파악 중”이라며 “하도급업체 책임자가 사직서를 낸 상태여서 추후 상황 파악을 한 결과에 따라 보상책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장된 유골을 봉안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파묘한 유골은 목포 승화원 측에서 법규에 따라 화장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화장과 봉안하는 과정에도 사진 촬영 등을 하고 있어 (유골이) 섞이거나 바뀌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목포시 산정공원은 연산동 일대에 34만여㎡의 공원과 1700여 세대 공동주택을 짓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다. 목포시는 2020년 7월 1일 산정공원 일대가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이 되자 근린공원 개발을 추진해왔다. 일몰제란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장기간 공원 조성을 못 한 공원용지를 용도 해제하는 제도다.




최경호(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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