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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본토 노린 ICBM을 日에 떨궜다…김정은의 무모한 도발 왜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동해 상공 6100㎞까지 솟구쳤다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필요성도 없다″라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 연합뉴스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 3일 이후 보름만이다. 특히 북한은 이날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 전역을 직접 타격할 수도 있는 미사일을 일본 열도 바로 앞에 낙탄시켰다. 한ㆍ미ㆍ일이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기류 속에서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노린 의도적 도발이란 해석이 나온다.


北, ICBM 핵심 '재진입' 성공했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평양 순안에서 발사된 ICBM 1발의 최고고도는 6100㎞, 비행거리는 1000㎞로 분석됐다. 속도는 마하 22(음속의 22배)에 달했다. 미사일은 고각으로 올라간 뒤 11시 23분쯤 일본 홋카이도(北海島) 인근 오시마섬(渡島大島ㆍ오시마오오시마) 서쪽 210㎞ 바다에 낙하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놨다.


실제 이날 미사일의 궤적은 지난 3일 발사된 ‘화성-17형’ 추정 미사일과는 차이가 난다. 당시 미사일의 최고고도는 1920㎞, 비행거리는 760㎞, 속도는 마하 15였다. 군 당국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1단ㆍ2단 추진체 분리까지 성공했지만, 이후 우주로 나갔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ICBM의 정상비행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날 미사일의 고도와 비행거리는 지난 3월 북한이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던 ICBM이 기록한 고도 6200㎞ㆍ거리 1080㎞와 유사하다. 특히 이날 분석된 속도(마하 22)는 통상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내는 속도인 마하 20을 넘어섰다.


방공망 피해 美 본토 전역 타격 가능

동시에 이날 미사일은 2017년 11월 북한이 발사했던 구형 ‘화성-15형’이 기록했던 고도 4475㎞ㆍ사거리 950㎞와도 큰 차이가 난다. 북한이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실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020년 10월 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연합뉴스
화성-17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5000㎞로, 1만3000㎞의 화성-15형보다 길다. 만약 사거리 2000㎞가 더 긴 ICBM을 확보할 경우 북한은 미국의 대공 미사일 요격망이 집중된 알래스카를 우회해 미국 동부를 포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긴 사거리를 가진 화성-17형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재진입 기술에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이날 결과를 분석할 때 최소한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전자기파(EMP) 공격을 할 수 있는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5형·17형 비교. 연합뉴스

실제 북한은 지난 7일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우리 군 당국이 공중폭파 등을 근거로 ‘실패’로 규정한 미사일에 대해 “적의 작전 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 전투부(탄두)의 동작 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라며 ICBM을 이용한 EMP 공격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美 겨냥 미사일을 日에 떨궜다

특히 북한은 이날 사실상 ‘미국 본토 타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를 일본의 EEZ를 겨냥해 쐈다. 한ㆍ미ㆍ일의 강한 공조에 대한 노골적 반발을 담은 의도적 도발이란 의미다.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전날 최선희 외무상 명의의 공개 담화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특히 한ㆍ미ㆍ일 공조를 겨냥해 “미국과 추종세력들에게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대변하는 최 외무상이 ‘미국과 추종세력’을 언급한 직후 미ㆍ일을 동시에 겨냥해 강행된 이 날 도발이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한ㆍ미ㆍ일 정상으로부터 대북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 역할을 요구받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도 김 위원장이 무모한 도발을 강행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의 입장에선 한ㆍ미ㆍ일 공조 강화 기류를 강한 위협과 압박으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한국에 이어 미국과 일본을 동시 겨냥한 도발은 한ㆍ미ㆍ일의 대북 압박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이날 도발은 한ㆍ미ㆍ일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맞대응한다는 의지를 표출해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폐기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시 주석이 대북 역할 주문에 확답하지 않으면서 ICBM 발사결정을 내린 ‘뒷배’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선 결국 ‘강대강 대결’ 노선을 결정한 북한의 궁극적 의도에 대해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상태에서 향후 정국을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이미 5년 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입장에서 7차 핵실험보다 미국 전역을 타격할 ICBM을 보다 큰 협박 수단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을 어쩔 수 없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선 대화 국면이 조성되더라도 지금까지의 ‘비핵화 협상’이 아닌 ‘군축 협상’ 등 완전히 다른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강경 대응…"北 오판 말라"

이 때문에 정부는 이날 도발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있다.뉴스1
대통령실은 이날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의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ㆍ스페인 정상회담 직후 NSC상임위를 직접 찾아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며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회의 직후 ‘정부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압도적 대응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 바, 북한은 오판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5일 한반도 상공에 전개돼 미측 F-16 전투기 4대, 우리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4대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은 특히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억지 도발로 균열을 시도하고 있는 한ㆍ미ㆍ일 공조 체계를 오히려 더욱 강화해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 시간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미국은 미국 본토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태화(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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