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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한전, 쓰러지게 생겼다"…여야 앞다퉈 "채권 확 풀자"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 계량기 모습. 뉴스1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전력(한전)을 구하기 위해 국회가 긴급 법 개정을 추진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1일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을 상정해 한전이 발행하는 채권(한전채) 한도 상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17일 현재 산자위에 상정 예고된 한전법 개정안은 총 3건이다. 현재 ‘자본금+적립금’의 2배까지 허용하는 한전채 발행액 한도를 5배(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안), 8배(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서 많게는 10배(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안)까지 확 풀어주는 게 공통 골자다. 지난 9월부터 한전 주변에서는 ‘적자폭이 연 3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경고가 만연했고, 여야가 최근 1~2달새 비슷한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한전의 경영 상황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악화돼있다. 지난 11일 올 1~9월 적자가 21조8342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한전채 발행 누적액은 65조원 규모로 상한선(약 92조원)의 70%를 돌파했다. 아직 26조원 가량을 더 발행할 수 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내후년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이 같은 국회의 법 개정 움직임이 채권 시장에서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AAA급 우량채인 한전채 물량이 대거 풀리면 ‘자금 블랙홀’로 시중 돈을 빨아들여 기업들의 자금부족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보증 불이행 사태로 경색된 채권 시장의 돈줄이 더 마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민의힘 산자위 소속 의원은 “온 나라에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이 쓰러지게 생겼는데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한다”며 “일단 채권 발행 한도를 늘려줘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법안에 일몰조항을 둬 채권 발행 한도를 일시적으로만 늘리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국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회원 300여 명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한국전력의 한국전력의 전력도매가(SMP) 상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채권 발행 한도를 늘려봤자 ‘적자에 적자를 더하는’ 땜질 처방이어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순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참에 전기 생산·공급 비용체계 자체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물가가 오름세여서 당장 “전기요금 인상”을 전면에 내세우진 못하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싼 요금을 매기자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 관련 법안이 최근 여야에서 발의됐거나,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전기요금 개편안이 담긴 ‘분산에너지특별법’을 준비 중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내내 한전이 10차례나 전기요금 인상을 건의했는데 그 중 1번만 승인됐다”며 “이제라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본계획’을 세워 에너지 생산·소비 역전현상을 바로잡고 궁극적으로는 요금 체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양이원영 의원이 지난 14일 “수도권 송전 비용을 수도권 전기요금에 반영하자”는 취지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냈다. 차등 요금제 특성상 수도권의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관건인데, 향후 관련 논의에 여야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경제학)는 “한전채를 무리하게 발행해 사태를 해결하려다가는 자칫 대량 유찰 사태로 국가신용도가 하락하고, 한국 채권시장 전체가 타격을 받는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면서 “당장의 위기만 넘긴다는 방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장기적 시각을 갖고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새롬(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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