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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에 '北금수저' 최선희 반발…담화 직후 또 SRBM 쐈다

북한이 17일 최선희 외무상을 앞세워 "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위협하며 동해를 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한·미·일 정상이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내놓은지 4일만에 나온 북한의 공식 반발이자, 8일 만에 재개된 미사일 도발이다.

북한 최선희 외무상의 모습. 최 외무상은 김일성 주석의 최측근이었던 최영림 전 내각 총리의 수양딸로, 이른바 '북한판 금수저'다. 연합뉴스
최 외무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한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과 추종세력들에게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일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3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보다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 외무상은 이에 대해 "미국의 확장 억제력 제공 강화와 날로 분주해지는 한반도 주변에서 연합군의 군사 활동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보다 큰 불안정을 불러오는 우매한 짓"이라며 "미국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3자 모의판(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몰아넣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 공조에 대한 강한 반발감을 드러냈다.

북한이 2019년 11월에 시험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KN-25)의 모습. 연합뉴스
이어 북한은 담화 발표 1시간 40여분 뒤인 이날 오전 10시 48분경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SRBM은 비행거리 240㎞, 고도 47㎞, 속도 마하 4로 각각 탐지됐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비행거리나 고도 등을 고려하면 초대형 방사포인 KN-25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골적 위협과 실제 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는 형식은 최근 북한이 보인 도발 패턴과 동일하다. 북한은 지난 3일 박정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담화 발표 직후에도 SRBM 3발을 발사했다. 외교가에선 특히 이러한 두번의 패턴에 등장한 당사자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담화를 낸 박정천은 북한에서 '김정은 일가'를 제외하고 군 관련 인사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책을 맡고 있다. 이날 담화를 낸 최선희는 외무성 부상, 제1부상을 거친 '미국통'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 때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최측근이던 최영림 전 내각 총리의 수양딸로 북한판 '금수저'로 분류된다.

사실상 북한의 군사·외교 라인의 최고 직책자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의미로, 이에 대해 "김정은 일가의 등장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이번 담화가 표면적으론 미국을 겨냥하면서, 궁극적으로 한·미·일 모두를 동시 겨냥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담화 발표시간이 한국 시간 오전, 미국 시간 심야가 아닌 저녁 정도라는 점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인 한·미·일 모두에게 동시다발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이날 담화는 오전 9시경 나왔다. 지난 3일 박정천 명의의 담화가 미국의 오전 시간을 노려 심야에 나왔던 것과는 차이가 났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담화와 도발에 대해 "북한의 안보를 저해하고 국제적인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또다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올해 62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차 감행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적 핵ㆍ미사일 도발은 한·미동맹의 억제력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당사자는 한·미가 아니라 북한이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은 한·미의 확장억제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지속적 핵 개발과 도발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한·미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합동 미사일 방어훈련을 진행했다. 군 관계자는 "한·미 양국의 이지스 구축함이 각각 참여한 가운데 여러 탐지자산과 통합해 훈련을 실시했다"며 "사전에 계획했던 훈련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상시 진행하는 미사일 방어 훈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미 공군의 정찰기 RC-135V '리벳조인트'가 한반도에 출격한 것이 식별되기도 했다.

또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ㆍ대량살상무기(WMD) 대응 부차관보는 이날 한국 국방부를 방문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경고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미사일방어태세검토보고서(NDR) 등 지난달 공개한 전략문서 내용을 직접 국방부에서 브리핑했다. 지금까지 해당 문서는 주한미대사관 실무자가 설명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 고위 국방당국자가 NPRㆍNDR 발표 후 결과 설명을 위해 방한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NPR에는 핵 능력 고도화와 남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 조건을 담은 공세적 핵무력 정책으로 전례 없이 커진 북핵 위협과 한국의 우려에 따라 최고 수위의 대북 경고가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발사 명령을 하달하고 현장에서 발사 과정을 지도하는 모습. 뉴스1
북한은 최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중·일 정상의 다자외교 무대를 주시하며 자신들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한 달 반 사이 18차례 군사도발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회의 기간을 전후한 약 1주일동안 미사일 발사를 멈추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날 도발의 성격에 대해 "북한이 국제정세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향후 대응 방향을 표명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안보 불안을 더욱 조장하는 방식으로 한·미·일에 맞대응하겠다는 정면승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담화 직후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안보위기의 일상화를 통해 3국을 지속해서 압박하고, 군사적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이번 다자외교 무대에서 중국이 북한에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한편으론 한·미·일의 밀착을 강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코너에 몰린 북한이 연내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오히려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김정은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미사일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5주년을 맞는 11월 29일 '로케트공업절'이 그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2019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북한은 이날 도발에 앞서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국제 사회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과 비난을 이어갔다.

특히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결의안 채택에 참여한 한국 정부에 대해 "내치 능력 부족이 원인이 된 인재(人災)인 유례없는 압사 사고를 촉발했다"며 "그런 한국 정부가 대내외적인 비판을 축소하기 위해 유엔에서 인권 이슈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이에 한국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배종인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차석대사는 "최근 발생한 비극에 대한 북한의 터무니없는 발언은 북한의 인권 경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인도주의에 반하는 북한의 태도에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실망감을 느낀다"고 응수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이 인권과 인도주의를 논하는 국제무대에서 이번 참사를 정치적 비난의 소재로 이용하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로서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영교(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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