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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지역선교 탁구반

늦잠자기 최적인 일요일 아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곧장 무료함에 머리를 턴다.  오늘은 어디로 콧바람을 쐬러 갈가. 자칫 오라는데 물론 없고, 갈 곳 당연히 없으니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참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들을 어느 교횐가를 찾아볼까 생각도 하지만 머릿속이 텅 빈 상태다.
 
아 그렇다. 지역사회 전도를 목적으로 교회를 일반인에게 활짝 열어서 탁구 동호회를 조성한 곳이 있다. 토요일엔 예배로 모이고 일요일엔 탁구로 모인다. 교회에서 얼굴 볼 수 없었던 교회를 찾아온 비신자들이 대상이다.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점심 준비로 부엌에서 바쁜 여자 집사님들이 서너분, 평상시 식당으로 쓰임 받던 넓은 홀에 탁구대가 네 개쯤 놓이고 구석엔 혼자 연습할 수 있는 탁구 머신까지 있다.
 
서로 낯이 익지 않은 비교인 내지 타 교인들이 각처에서 찾아온다. 오직 탁구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봉사하시는 교회 집사님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점심이 제공되면 함께 떡을 떼고 다시 오후 4시까지 체력 단련 겸 외로움을 삭이는 하루가 오롯이 채워진다.  물론 그중 자신이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즐긴 후, 각자 흩어지는 모양새라도 어딘가 미소로 나누는 눈인사가 마음에 닿는다.
 
횟수가 쌓이면서 낯섦은 사라지고 소소한 일상이 대화로 오가는 친숙한 분위기에 어느새 함께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구 하나 소슬한 가을바람에 홀로 서 있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곁에 이런저런 이유로 짝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 마땅한 모임에 한 발이라도 담그고 같이 어울려 보고픈 마음 굴뚝이지만 어디에서 찾을 수 있으려나.
 
어쩌면 교회 측에선 이런 분들의 갈망을 잘 알아내고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리라. 그렇다고 탁구 공짜로 치고 점심 대접했으니 다음 주 토요일엔 우리 교회 한 번 와 보라고 은근히 채근하는 사람 하나 없다. 그저 편하게 오셔서 운동하고, 즐겁게 시간 보내면 건강관리도 되고 마음 관리도 될 것이니 특별한 일 없으면 결석하지 말아 주십사 부탁하는 예쁜 말만 들린다.
 
어느새 휑하게 서늘했던 내 가슴도 훈풍으로 메워진다. 내게 채워진 어떤 것들로 나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받던 사랑이 주는 사랑이 된다면 내 마음엔 구멍 하나 없는 완벽한 기쁨이 꽉꽉 채워질 것이다.
 
내가 무언가가 필요할 때, 기도하지 않아도 미리 알고 채워주시는 예수님께서 허락해 주신 어느 교회 지역봉사 선교회가 마련해 놓은 따스한 사람들 만남의 장소, 탁구 동호회가 스산한 이 가을을 따스하게 시작하도록 일요일 내 늦잠을 깨워준다.

박기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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