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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앞에 둔 한국과 호주의 악수 [글로벌 포커스]

아시아 역내 다극화· 역동성 확대
중견국 국방·경제 협력 시너지 커
요소수 사태 때 공조가 좋은 사례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 CSIS 키신저 석좌
윤석열 정부가 이번 주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다. 역내 지정학적 역동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다. 박근혜·문재인 두 전 대통령이 이 지역의 미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상호작용에 달렸다는 시각에 매몰돼 아시아가 점점 더 다극화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탓이다. 다극화의 핵심은 아시아 중견국(middle powers) 간의 협력이다.
한국의 인·태전략에서 호주만큼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물론 한국과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일본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 재설정은 역사·법리·정치적 이유로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반면 더 강한 파트너십을 향한 한국·호주의 여건은 무르익었다.
호주와 일본은 한·일 관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전했고 최근 중요한 안보협정도 발표했다. 한국과 호주 관계 역시 크게 진전하고 있다. 2021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에 이어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담했다.
양국 관계는 얼마나 더 깊어질까.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멜버른대 아시아연구소의 연구위원인 피터 리(Peter K Lee) 박사는 "매우 많이"라고 말한다. 피터 리는 한·호 관계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 전문가다. 그의 부친은 한국에서 이민 와 선박 용접공으로 일하며 중산층 진입에 성공하고 자녀 교육에 헌신했다. 제임스 최 전 주한 대사처럼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에서 활약하는 많은 한국계 호주인이 두 나라 관계 증진의 가교가 될 것이다. 한국전쟁부터 오늘날 유엔사 내 역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안보와 밀접한 역사를 가진 호주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깰 경우 어떤 위험에도 한국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국 수호에 나설 것이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합의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다. 피터 리 박사는 특히 국방 정책, 방위산업 분야 관계를 주목한다. 한국의 방산기업은 호주군의 자주포 생산을 돕고 있고, 신규 보병 전투 차량도 제공(호주의 국방전략검토 이후 결정)할 가능성도 크다. 자동 유도 미사일 생산 등에서 한국 기업은 최적의 파트너이다. 향후 변화하는 안보환경 속, 무기체계 구축을 위한 동맹국 간 연합에서 한국 방산기업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 7월 28일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한·호주 정상회담에 들어가며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학센터가 지난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호주인의 50%가 한국의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참여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호주 국민의 한국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반영한다. 그러나 핵 추진 잠수함 협약인 오커스를 확대할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한국은 위 세 나라와 극초음속 및 첨단 사이버, AI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더 크다.
피터 리 박사는 호주와 한국의 통상 및 경제 관계도 더 긴밀해질 것으로 본다. 2015년 발효된 한·호 FTA(자유무역협정)는 순조롭게 이행 중이다. 최근 조사에서 호주인 65%가 한국의 CPTPP(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을 환영했는데, 31%만 환영한다고 밝힌 일본인 조사 결과와 비교된다. 수소·아연 등 핵심 광물과 재생에너지 협력도 증가하고 있다. 호주 민간 영역의 최대 기업 고객은 포스코다.

피터 리는 특히 공급망 안보와 중국의 강압적 경제 조치에 대한 대처에서의 협력을 주목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선 사드(THAAD) 보복으로, 호주에 대해선 일련의 이슈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양국 모두 피해를 보았다. 한국과 호주는 공급망 관련 위기 상황에서 협력한 선례가 있다. 중국이 지난해 디젤 차량용 요소수의 대 한국 수출을 막았을 때 호주가 요소수를 긴급 지원했다. 입장이 비슷한 나라들이 협력해 특정 국가의 수출 금지나 강압적 조치에 맞선 좋은 사례다.
아시아가 다극화하면서 미국의 동맹 체제는 냉전 시대 미국과의 양자 동맹국들 중심이던 '허브 앤 스포크스(hub and spokes·하나의 중심축과 여러 개 바큇살)' 형태에서 미국의 여러 동맹국이 역내에서 각각의 안보 자산으로 기여하는 '허브스(hubs) 앤 스포크스' 구조로 전환하게 된다. 이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 좋은 일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 CSIS키신저 석좌

김수정(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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