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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시선] 윤석열과 이재명의 금투세 포퓰리즘

서경호 논설위원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선거판에 투척한 무리한 공약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전금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조율됐으면 했지만 현 정부 국정과제 1호로 이어졌고 결국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원의 추경을 해야 했다. 올해 1월 당시 윤석열 후보가 SNS에 달랑 7자만 올린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도 ‘유예’로 바뀌었을 뿐, 세제개편안에 포함됐다. 2020년 말 여야 합의로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2년 더 유예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투자로 거둔 1년간의 이익에서 손실을 뺀 ‘손익 통산’ 중 5000만원 초과분에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물린다. 투자 손실액은 수익 산정 때 5년간 이월해서 공제할 수 있다.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대선 끝났는데 여전히 표심 경쟁
기관 비중 높여 간접투자 늘리고
장기투자 유인 등 보완책 내놔야

여당인 국민의힘은 조세저항을 이유로 도입 유예를 촉구했다. 원안대로 내년 시행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가 최근 유예 쪽으로 유턴하면서 당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증권거래세 폐지와 금투세 도입을 공론화했던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금투세 입법의 역사를 제대로 안다면 (이 대표가) 달리 판단했을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눈치를 보느라 개혁을 안 하면 영원히 못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금투세 도입의 핵심은 증권거래세 폐지(내지 대폭 인하)라고 했다. 증시 상황과 상관없이 매년 7조~8조원의 세수가 따박따박 들어오니 정부는 좋겠지만 매매 손실이 나도 세금을 내야 하는 투자자 불만이 많았다. 증시를 빈혈환자로 만드는 ‘흡혈박쥐’라는 평가부터 노름판에서 고리 뜯어 돈 버는 ‘도박판 하우스’ 같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2020년 당시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고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소득세 원칙에 맞게 금투세 도입을 발표하면서 ‘금융세제 선진화’라는 표현을 썼던 이유다.

도입 유예론자들은 요즘처럼 시장이 침체했을 때 충격이 우려된다고 걱정한다. 큰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 대만처럼 주가가 폭락하고 결국 개미들만 피해 본다는 주장이다. 금융실명제가 없는 대만의 경우는 금투세 도입으로 차명계좌가 빠져나간 탓이지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최 전 의원은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2년 전 금투세 도입을 발표할 때나, 올해 2년 유예를 발표할 때나 ‘금융투자 활성화’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는 비슷한 이유를 댔다는 점이다. 정부조차 스텝이 꼬일 정도로 대선 공약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윤 후보 캠프에서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을 급조한 배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보는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지목한다. 지난해 12월 ‘삼프로TV’에 출연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삼프로가 나라를 구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투자자 표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윤 후보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공약을 내놓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금투세 유예 쪽으로 선회한 이재명 당 대표나 포퓰리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기 어렵다. 대선은 진즉 끝났지만 포퓰리즘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금투세 논란 때문에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2000년 초 이후 자본시장의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해왔다. 증시에서 기관투자자 비중을 높여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나라 증시의 개인 비중은 낮추려 했다. 동학개미의 표심에 너무 휘둘리면 증시 선진화는 머나먼 얘기일 뿐이다. 이젠 ‘간접투자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모펀드의 존재감이 없다. 심각한 문제다.

세금보다 중요한 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을 수술하는 것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대주주에 집중돼 있어 배당 같은 주주 환원 정책이 시원치 않다는 점,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어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점,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점 등이 거론된다. 이런 것부터 고쳐야 한다.

지금 금투세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1년에 5000만원 이내로 수익을 관리하는 투자자보다 장기투자자가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납세자 편의를 좀 더 고려해 조세 저항을 줄일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전산투자를 마무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금융회사의 고민이 크다. 여야가 서둘러 금투세 논란을 해결해야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서경호(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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