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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곡물협정 4개월 극적 연장...러는 에너지시설 공습 재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항로를 확보하는 흑해 곡물협정이 기한 만료를 이틀 앞둔 17일(현지시간) 극적으로 4개월 연장됐다. 그러나 같은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에너지 시설에 동시다발적인 미사일 포격을 가해 전기가 끊기면서 주민 1000만 명이 추위에 떨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의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올겨울 들어 첫눈이 내렸다.
17일(현지시간) 올겨울 들어 우크라이나에 첫눈이 내렸다. 우크라이나 탈환한 마을에 손상된 탱크가 눈에 뒤덮여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 곡물 수출길 일단 숨통
CNN 등에 따르면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러시아와 협정을 중재한 유엔·튀르키예는 18일부터 기존 곡물협정 원안 그대로 4개월간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이 일단 고비를 넘기게 됐다.

이날 곡물협정 연장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밀·옥수수 상품 가격은 1∼2% 하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지난 7월 22일 체결된 이 협정으로 우크라이나는 흑해 3개 항구를 통해 곡물 수출을 재개할 수 있었다. 앞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위기감이 고조됐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이 협정으로 수천만 명, 특히 아프리카인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협정 연장을 반겼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흑해 곡물협정을 이어가는 데 모든 당사자가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흑해 곡물협정을 통해 그간 수송된 농산물은 옥수수 450만t, 밀 320만t 등을 포함해 1110만t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협정 연장은 한계점도 드러냈다. 유엔과 우크라이나는 협정의 1년 연장을 요구했으나 러시아 측이 120일 연장안을 고수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곡물협정을 남부 미콜라이우 지역의 항구들로까지 확장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지역 항구들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 식품 수출의 35%를 담당했다.

러시아는 흑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화학비료의 핵심 성분인 자국산 암모니아를 수출하는 방안을 요구해왔으나 이번 협정 연장에서 제외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포로 교환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러시아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를 실은 선박이 지난 8월 흑해의 오데사에서 출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하 기온인데 에너지 시설 겨냥 타격"
곡물협정이 연장된 이날, 러시아는 키이우·드니프로·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총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드니프로에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에너지 시설에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다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가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한 뒤부터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한파를 앞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에 손상을 입혀 고통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이번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1000만 명이 단전을 겪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더 큰 고통을 겪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키이우 등의 이번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5일에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의 에너지 시설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해 700만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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