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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과 연쇄회담 시진핑, 올리브 가지 흔들며 디커플링 견제

장기집권 체제 들어서며 대외관계 안정화 필요성 의식한 듯 대만·북핵·반도체 공급망 등 갈등 요소 입장차도 재확인

한미일과 연쇄회담 시진핑, 올리브 가지 흔들며 디커플링 견제
장기집권 체제 들어서며 대외관계 안정화 필요성 의식한 듯
대만·북핵·반도체 공급망 등 갈등 요소 입장차도 재확인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지난달 당 대회를 거쳐 집권 3기에 돌입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함으로써 이번 주 한미일 3국 정상과의 연쇄 양자회담을 마무리했다.
북핵 대응과 중국 견제 목적이 혼재된 한미일 3국 공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세 나라 정상과 회동한 시 주석은 상대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자국민에게는 한미일 정상과 각각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와 동시에 시 주석은 대만을 포함, 자국 핵심 이익이 걸린 영역에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껄끄러운 3국 향해 '올리브 가지'…인적교류 확대 강조
시 주석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중 관계는 "대립과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대화와 윈윈 협력으로 정의해야 한다"며 "세계는 두 나라가 스스로 발전시키고 함께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서는 "중·한 경제는 상호 보완성이 높기 때문에 발전 전략의 연계를 추진해 양국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실현해야 한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첨단 기술 제조업, 빅데이터, 녹색경제 등 분야의 협력을 심화 등을 제안했다.
또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국 방콕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났을 때는 "양국 경제는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디지털 경제, 친환경 발전, 재정·금융, 의료·양로 등 분야 협력 강화를 제언했다.
특히 한·일 정상을 상대로 경제협력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띄었다. 시 주석이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인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도 미묘한 상황이지만 실용적 경제협력을 지속하길 원한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최근 중국이 3년 가까이 시행해온 고강도 봉쇄 중심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세 나라 정상 모두에 인적 교류 확대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 것도 눈길을 모았다. 윤 대통령에게는 반관반민의 '1.5트랙' 대화 체제 구축을 제안함으로써 정부 간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는 '우회로'를 주동적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한미일과의 연쇄 회담에서는 관계 개선에 대한 시 주석의 기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일본을 향한 시 주석의 메시지는 이전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전화 등으로 소통했을 때와 비교하면 협력에 대한 방점이 두드러졌다.
자신의 3연임이 걸린 당 대회 이전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일본에 맞받아치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때만 해도 서방 진영의 포위 시도가 심화하면서 복잡해진 대외 환경 속에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킬 사람이 자신임을 자국민에게 알리는데 메시지의 방점이 찍혔다면 장기집권 가도에 들어선 지금은 대외관계를 가급적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부각한 모양새다.

◇공급망 안정 강조하며 한미일 참여 '칩4' 견제
미국발로 반도체 등 핵심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디커플링 시도가 다각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3국 정상에게 모두 공급망 안정을 강조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양국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에게도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 유지 등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가 한미일 참여하에 머지않아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칩4가 자국에 대한 디커플링 시도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혔다.
아울러 시 주석은 자국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고, 기시다 총리에게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 문제는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의와 관련된다"며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 일본에 비해 대만과의 각종 교류에 신중한 한국을 향해서는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썼다. 자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같은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포된 것으로 읽혔다.
◇ 한미일-中 협력 어디까지 가능할까…북 핵실험 국면이 시험대
한·미·일·중 정상이 이번 주 오랜만에 대면 회담을 한 것은 동북아 안보 상황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대만, 북한 문제 등 한미일과 중국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안보 현안을 둘러싸고는 팽팽한 이견이 재확인됐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한미일과 중국이 글로벌 현안과 양자 경제 현안 등에서 협력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는 북핵 대응이 될 수 있다.
임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핵실험을 저지하거나, 사후 대응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미중 갈등과 경쟁이라는 구조적 요소 속에 한미일 각국과 중국 사이의 사안별 협력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조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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