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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보이스피싱 모르고 계좌만 빌려줘도 형사처벌 대상”

보이스피싱. 중앙포토

A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마카오에 본사가 있고, 한국에 체인점이 있는데 한국 고객을 상대로 환전 업무를 한다. 10~16시까지 일하고, 월 400~600만원을 지급하겠다. 고객이 당신 계좌로 입금한 돈을 인출하여 우리가 보내는 환전소 직원에게 건네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A씨는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송금된 돈을 뽑아 현금수거책에게 건넸다.

B씨는 한 업체 관계자에게서 “우리가 쓰는 계좌에 세금이 많이 나오는데, 2주∼1개월 정도 당신 계좌를 빌려주면 288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계좌번호를 제공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계좌로 송금된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정한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C씨는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해 국내에서 이를 판매하는데, 관세를 피하려고 한다. 당신 계좌에 구매대금을 입금할테니 해외 판매상 계좌로 이체를 해달라”라는 제안을 받았다. C씨는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이체했다.

D씨는 “스포츠 토토 도박 사이트에 당신 명의로 회원 가입을 하고 계좌를 쓰게 해주면 일주일에 70만원씩 주겠다”는 사람의 말에 선뜻 체크카드와 계좌번호를 넘겼다.

대검찰청은 18일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무등록 환전이나 탈세, 스포츠 도박 등에 쓴다며 계좌를 넘겨받아 범죄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달 대법원 판례에 따라 A·B·C·D씨 같은 사례가 모두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죄로 처벌 대상이 됐다. 상대방이 ‘탈법행위’를 하려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계좌정보를 제공해줬다면, 자기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쓰인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몰랐더라도 처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무등록 환전 ▲세금과 관련된 사유 ▲도박 등의 탈법행위 목적으로 계좌 제공한 경우 계좌 명의인들에 대하여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검은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번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대부업체 사칭 광고 심사 강화와 시정명령을 요청했다. 또한 금융당국에는 범행에 자주 쓰이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무통장 송금 요건 강화를 요청했다.

대검은 “일단 모르는 사람에게 계좌번호 등을 알려줘서는 안 된다”며 “선량한 국민이 마음 놓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영(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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