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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유산’ 세종시 만든 ‘철인 군수’…"일자리가 최고의 복지"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송기섭 진천군수가 군청 집무실에서 주요 사업과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진천군
송기섭 진천군수, 철도·인구 앞글자 따 ‘철인’ 별명
송기섭(66·더불어민주당) 충북 진천군수는 ‘철인 군수’로 불린다. 힘이 세거나 ‘워커홀릭’이어서가 아니다. 기업 유치를 통한 인구 증가, 광역철도 유치 등 굵직한 성과를 놓고 군청 직원이 붙여준 별명이다. 철도와 인구의 앞글자를 땄다. 군청 홈페이지 군수 인사말에도 스스로 “철(도)인(구) 군수 송기섭”이란 표현을 썼다.

송 군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철도와 인구 유치를 잘했다는 의미에서 철인 군수란 애칭이 붙었다”며 “과분한 별명이지만,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군 단위에서 추진하는 정책도 중앙 정부의 방향과 지역이 처한 환경을 면밀히 고려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아귀를 짜 맞추듯 군정을 이끈다고 해서 현명한 사람이란 뜻의 ‘철인(哲人)’, 철학자 같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송 군수는 2016년 진천군수 재선거에서 당선된 뒤 지난 6·1 지방선거까지 3선에 성공했다. 재임 6년 성과는 그의 별명으로 요약된다.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모두가 인구 감소를 걱정할 때 진천군 인구는 99개월째(10월 기준) 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수도권과 청주공항을 오가는 광역철도 노선 한가운데 진천이 포함됐다. 철도 불모지인 진천에서 “기차를 타고 공항도 가고, 수도권을 오갈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진천군청 홈페이지 인사말에 '철인 군수'란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 진천군청 홈페이지
“일자리가 답” 진천 인구 6년 간 25% 증가
진천의 인구 증가 속도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송 군수가 취임한 2016년 4월 6만8452명에서 지난 10월 기준 8만6082명으로 25%(1만7630명) 늘었다. 2000년~2013년 사이 늘어난 진천 인구의 4배 가까운 수준이다. 민선 7기 4년간 인구 증가율은 13.14%로 전국 82개 군 단위 지자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송 군수는 “출산장려금 같은 현금성 지원에 치중하지 않고, 일자리를 많이 만든 게 인구가 느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를 늘리겠다고 무작정 돈만 뿌리면 어디선가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며 “인구와 사슬처럼 연결된 경제·교통·교육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송 군수는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소비가 늘면 지역경제도 살아난다”며 “기업유치를 우선으로 주거·교육·문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주 여건 개선에 힘썼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부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 투자유치를 했다. CJ제일제당·한화큐셀·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우량기업을 끌어들여 일자리 1만3000여 개를 만들었다.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 위치한 진천음성 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중앙포토
매년 1조원 투자유치…진천 쌀 14.5% 계약 공급
송 군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 보니 젊은층 전입 인구가 많아졌다”며 “농번기에 농사를 짓고, 농한기에 제조업체 등에서 아르바이트나 단기 근로 형태로 소득을 올리는 주민도 있다”고 설명했다.


‘햇반’을 만드는 CJ제일제당엔 계약 재배형태로 2019년부터 진천 쌀을 공급한다. 한 해 진천에서 생산되는 쌀 14.5%(2021년 기준 3048t)의 고정 판로를 확보한 셈이다. 계약재배는 올해 6079t으로 2배 정도 늘었다. 송 군수는 “안정적인 가격에 쌀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토박이 농민들도 기업유치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송 군수는 진천군 이월면 출신이다. 여덟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홀로 4남매를 길렀다고 한다. 차비가 없어서 20리가 넘는 학교를 걸어 다닐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진천중과 청주고·서울시립대(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기술고시(토목 직렬)에 합격해 이듬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고시 공부는 충북 청주의 한 사찰에서 2년간 했다고 한다.


송 군수 큰형 송은섭(82) 전 충북도의원은 “고시생 시절 집에서 잡은 닭 2마리를 들고 절에 갔는데 삐쩍 마른 송 군수가 앉은 자리에서 2마리를 다 먹더라”라며 “첫 시험에 떨어지고, 밥 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공부에 매진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기섭 진천군수가 토마토 재배 농장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진천군
세종시 이어 혁신도시 이끈 ‘도시건설 전문가’
공직 입문 이후엔 건설교통부 도로정책과장,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된 직후인 2011년엔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맡았다. 송 군수는 “당시 정부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은 상태서 행복청장을 맡아 부담이 컸다”면서도 “도시계획부터 청사 이전, 아파트 입주, 학교 신설 등 세종시 건설 전반을 챙긴 경험이 군정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기관 이전을 골자로 한 세종시 원안과 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 유산이다. 송 군수는 공직 시절 세종시 건설, 단체장 취임 이후엔 공교롭게도 혁신도시 조성에 앞장섰다. 충북은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경계에 충북 혁신도시가 조성됐다.

송 군수는 “혁신도시는 세종시의 축소판”이라며 “행복청장을 할 때 스마트스쿨,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 교육기능을 강화해 아파트 입주율을 높이는 전략을 충북 혁신도시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송기섭 진천군수(왼쪽 다섯번째)가 지난해 수도권내륙선 광역철도 노선 반영을 확정지은 뒤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진천군
“말도 안된다” 비난 듣던 철도 유치…2년 만에 확정
도시건설 고위공직자로 일한 경륜은 광역철도 유치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내륙선 광역철도’ 노선은 경기 화성·안성~진천 선수촌·충북 혁신도시~청주공항을 오가는 78.8㎞ 철도 길이다. 준고속 열차로 양 기점을 34분 만에 갈 수 있다.

수도권내륙선은 송 군수가 야인 시절인 2015년 지역 언론사의 한 기고문을 통해 처음 제안한 노선이다. 연결노선조차 없는 허허벌판에 철도를 놓자는 발상에 ‘황당하다’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송 군수는 “진천이 경부선과 한참 떨어져 있다 보니 십수 년 동안 철도를 놔야겠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군수는 진천서 23㎞나 떨어진 청주공항에 주목했다. 그는 “청주공항 가는 시간을 단축하면 수도권 남부 사람들이 굳이 먼 길을 돌아 인천공항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여기에 철도 불모지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안성시를 끌어들였고, 이 노선을 들고 국토부를 2년 넘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송기섭 진천군수가 콤바인에 탑승해 알찬미 채종포 재배지에서 벼를 베고 있다. 사진 진천군

송 군수는 "'생거진천'(生居鎭川·살아서는 진천에 사는 게 좋다)이란 말에 걸맞게 전국민이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종권(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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