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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세 할머니 "나도 일해요"...노인 일자리 내년 10만개 늘린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바구 순찰대' 소속 어르신들이 우범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산에 사는 김씨 할머니는 1916년생이다. 만 106세. 어엿한 '직업인'이다. 복지관의 환경정비 담당이다. 월 30시간 복지관 청소 등을 하고 월 27만원을 받는다. 정부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 중 공공의료복지시설 봉사 일자리이다. 100세인이 27만원을 벌려면 정부 제공 일자리 외 다른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서울 강서구 신완숙(82) 할머니는 2011년부터 11년 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교 등교 교통지도, 거리환경 개선, 경로당 식당 지원 등을 한다. 그 전에 하던 가사도우미에 비하면 수입이 적지만 부수적으로 얻는 게 많다. 아이들의 감사 인사가 너무 예쁘게 보인다. 집 밖으로 나와서 움직이다 보니 건강을 되찾았고 친구가 늘었다. 방치하다시피 해온 고혈압·갑상샘염·고지혈증 치료를 재개했다. 신씨는 기초연금에다 노인 일자리 수입이 생기면서 자녀(1남 5녀)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게 됐다고 한다. 신씨는 "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야 하는데, (내가 수급자가 안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말한다. 신씨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수기 공모(2021년)에서 노인 일자리의 소중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두 어르신이 참여하는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는 올해 60만 8000개이다. 여기에 9193억원이 들어간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6만1000개를 줄이되 사회서비스형·민간형을 3만8000개 늘렸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4일 "윤석열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6만1000개나 삭감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이것은 패륜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잘하면 패륜의 멍에를 벗게 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노인 일자리를 10만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정부안 54만7000개에서 64만7000개로 늘렸고 1611억원을 증액했다.

이대로 확정할지는 국회 예결위-본회의가 결정하겠지만, 최소한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 예결위 정책질의에 참석해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그동안 정부의 일자리 통계 왜곡의 주범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취로사업 같은 부가가치가 떨어져 예산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부모·자식을 돌보느라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은 노인들에게 이 정도 복지는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왔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찾아가는 마실단' 소속 어르신들이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말벗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공공형 일자리는 노인, 특히 75세 이상 초고령 노인에게 절실하다. 75세 이상 노인의 38%만 국민연금을 받는다.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노령연금(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30%에 불과하다. 75세 이상 연금수령자의 평균 연금이 24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게 없는 노인은 기초연금(30만7500원)에다 노인 일자리 수당을 합쳐 약 58만원이 들어온다.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생계급여) 58만 3444원에 근접한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기초연금 수급자(소득 하위 70% 이하)만 참여한다. 매년 11월 말~12월 신청을 받아서 다음 해 참여자를 정한다. 소득인정액(재산의 소득환산액 포함)과 활동능력, 참여경력 등을 점수로 매긴다. 소득이 좌우하기 때문에 차상위계층 중심으로 참여한다. 경쟁이 심해 9월 9만 1385명이 대기자로 올라있다. 주철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경쟁률은 1.12대 1이며 많게는 10만명이 대기한다"며 "노인 인구의 22%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길 원하기 때문에 항상 수요가 더 많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빈곤율을 낮추고 병원 이용 횟수를 2.4회(석 달 기준)에서 1.9회로 줄인다고 밝혔다. 우울증세 의심 비율이 32.3%에서 7.3%로 떨어졌다. 신완숙씨는 수기에서 "애들이 출가해서 멀리 살고 있다. 일자리 동료 말고는 친구가 돼 줄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이 사업이 지난 10년 동안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줬고, 건강을 지켜줬으며,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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