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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머피의 법칙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다(anything that can go wrong will go wrong)’. 머피의 법칙이다. 평택 SPC 빵공장에서 23세의 여직원이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앞치마가 빨려 들어가며 상반신이 끼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한다.
 
평생 직업안전관리 분야에서 일한 나는 언뜻 생각했다. 이 공장에는 안전 수칙이 없거나 있어도 교육이 소홀했구나. 회전하는 기계 앞에서는 넥타이, 목도리, 앞치마 같이 흐트러진 옷을 입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기본 수칙이다. ‘그렇게 하지 말라’ 또는 ‘조심하라’는 것은 막연한 말이다. 무사고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피의 말대로 하지 말라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옷이 낄 수 있는 기계는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보호장치(인터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절단기를 조작하는 사람의 두 손이 칼날 밑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손목에 착용하는 안전줄을 설치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SPC 그룹 회장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며 안전보호장치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몇 년 전 충남 당진에서 교량 보수 공사하던 인부 4명이 추락사한 사고를 기억한다. 인부가 발판 위해서 작업하고 있었는데  발판을 유지하는 볼트가 사람과 발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머피의 법칙대로 과부하로 발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생명 밧줄(life line)을 착용했어야 할 것이었다. 작은 비용으로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가장 위험한 직업 가운데 하나가 고층 건물 유리창 닦기다. 그러나 우리는 고층 건물 유리창을 닦다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을 여간해서 듣지 못한다. 그들은 발판을 유지하는 와이어 이외에 생명 밧줄을 착용하고 작업을 한다.
 
또 하나의 주요 사고 원인은 하청제도라고 한다. 도급을 맡은 업주는 작은 업체로 하청을 주며, 몇 단계 하청을 주다 보면 안전관리는 부실해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메인 업체가 하청업체의 안전 관리까지 감독하도록 법제화되었다.
 
한국 뉴스를 보면 산업 재해 사고가 매일 일어나다시피 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보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거의 10배라고 한다. 한국의 눈부신 산업 발전 뒤에는 산업사고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건설 전문가 말에 의하면 한국의 건축 기술 특히 그 질과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국력 신장과 산업 발전에 나는 박수를 치지만, 산업재해 사고 소식에는 손사래를 치고 싶다. 한국이 하루속히 산업재해의 상위권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윤재현 / 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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