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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It Will Move You

51회 뉴욕시티 마라톤 대회가 지난 6일에 있었다. 70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펜대믹 이후 처음으로 정상적인 5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하는 세계 대회다. 넓은 베라자노 브리지 밑에 준비해 놓은 블루, 그린, 오렌지색의 자기 Bib 번호에 속해진 곳에서 기다린다. 15번 이상 뉴욕마라톤을 마친 회원에게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9+1이 기본인데 그것을 감면해주고 교통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버스나 페리를 탈 수 있고 파스타 파티에 초대되고 그랜드 응원석에서 편안히 앉아 응원할 수 있는 2장의 표를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출발점에서 편안한 텐트에서 기다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가장 좋은 것은 3시간 기다리지 않고 처음 스타트에 출발하는 특권이다. 첫 번째 주자들은 아주 빠르게 뛰는 젊은이들이다. 총소리가 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베라자노 브리지를 지나 브루클린 4가에 들어서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 혼자서 넓은 길을 달리고 있다. 날씨가 따뜻한 탓인지 아니면 펜대믹으로 집에만 있다 나온 사람들인지 응원하는 사람들이 어느 마라톤 대회보다 많았다. 구경하는 사람도 하나같이 가만히 서 있지 않고 장신구를 들고나와 흔들거나 손뼉을 치고 큰소리로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한다. 어느 곳을 다녀 봐도 뉴요커 만큼 삶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 드문 것 같다. 자신들과 아무 관련이 없지만 선수들을 위해서 치장까지 하고 나오고 밴드를 만들어 풍악을 울려준다. 모퉁이를 돌 때나 좁은 길에서는 구경하는 인파가 거리로 내려와 선수들이 물밀 듯이 달려오는데 넘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많은 선수가 머리부터 땀이 흘러 웃옷은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땀이 다리로 흘러내리는 사람도 있다.
 
마라톤 시작 5일 전에 토사곽란으로 가게 문을 닫고 쉬는 날도 있었다. 먹지도 못하고 위가 부어있는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몸무게가 10파운드 이상 빠져 기운이 없고 비틀거렸다. 물 마시는 것도 싫고 음식도 전혀 먹고 싶지 않았다. 마라톤 시작 2시간 전 떡 2개를 겨우 먹고 파워 젤 하나를 찡그리며 넘겼다. 뛸 수 있을까? 힘들면 걷는다는 다짐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어디서 나오는 기운이 몸 전체를 휘감고 있다. 도깨비에게 홀렸나 아니면 정신이 오락가락 이다. 어떻게 며칠을 먹지 못했는데 힘이 날까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앞사람들을 따라가고 있다. 탈수 현상이 나타나 입술이 마르고 입속에 침이 나오지 않아 숨쉬기도 힘들지만 다행히 1마일마다 물이 있어 한 컵 받아 입안을 헹구고 조금씩 마시며 달렸다. 가끔 오렌지를 썰어 바구니에 담아 내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탈수에는 오렌지가 최고인 것 같다. 달리다 보면 길가에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 젊은이는 아마도 연습 부족으로 쥐가 나고 몸에 변화가 일어나 나자빠지고 나이 든 사람은 질병이나 호흡조절이 안 되어 쓰러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 와서 주저앉는 사람을 지나가다 보고 괜히 걱정된다. 한국에서 왔는지 궁중 한복을 입고 사모관대까지 쓰고 뛰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파인애플을 머리에 이고 달리는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뛰고 있다. 뛰는 것도 힘든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 의심해보게 되었다.
 
뛰는 도중에 가족과 만나는 일은 보너스다. 잠깐이지만 사진도 찍고 위로를 받으며 사탕도 얻어먹고 에너지를 받는다. 5살짜리 손자 녀석이 다른 사람들은 빨리 달리는데 왜 할머니는 걷느냐고 묻는다. 너무 느리다는 아이의 판단이다. 센트럴 파크에 들어서면 마지막 남은 2마일을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모두가 지쳐 너나 할 것 없이 허덕거린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가자고 다짐하면 기쁜 마음이 샘솟아 달리면 음악 소리가 들리고 사회자가 크게 내 이름을 부른다. 7시간 4분이다. 목에 걸리는 무거운 메달이 수고했다며 웃어 준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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