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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협상론 불지필때…젤렌스키 "푸틴의 협상 신호 받았다"

지난 1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남부 도시 헤르손을 방문한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 당국자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 필요성을 잇따라 거론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부차 학살 등 전쟁범죄가 드러난 이후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해왔다.

16일(현지시간)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서방 국가들로부터 푸틴 대통령이 직접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크렘린궁에 통상적인 비공개 협상이 아닌, 공개 협상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러시아 측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이 올겨울을 협상 기회로 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평화협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협상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4일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튀르키예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과 만났다. 미국 측은 이 회담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을 뿐 종전이나 평화협상 등을 의제로 올리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튿날 번스 국장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주목을 받았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선 우크라이나의 승전 전략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협상론을 불 지피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CNN 등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6일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군사적으로 전승(全勝)할 가능성이 적다"며 "이는 크림반도를 포함해 러시아가 점령 중인 모든 영토를 수복할 수 없을 것이란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한 정치적 해법이 있을 수 있다"며 평화협상을 거론했다. 밀리 의장은 "(현재) 러시아군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게 협상을 압박하는 것은 아니며 (협상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 측이 결정할 문제"란 기존 미국 측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밀리 의장은 지난 9일에도 "올겨울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 창구가 있을 수 있다"며 "협상의 기회가 왔을 때, 평화가 달성될 수 있을 때, 그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하지만 당장 협상이 시작될지, 개시되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전면 철수, 크림반도 반환 등 우크라이나 전역 확보를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고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남부 도시 헤르손을 찾아 "우리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영토 전체에 대한 평화여야 한다"며 서방 측이 요구하는 일부 영토를 양보하는 평화협정엔 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글로벌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16일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어떨 땐 협상이 최선의 선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 굳건하고, 우크라이나군이 군사적으로 강한 위치에 있을 때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서원(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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