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연방하원의원 4명 전원 연임 성공
가주 영 김·미셸 박 스틸 재선
앤디 김 26년 만에 3선 기록
스트릭랜드 워싱턴주 당선
하와이 부지사에 한인 선출
4명의 한인 연방하원 의원들이 재선과 3선을 이룬 것이다.
첫 승전보는 앤디 김(민주·뉴저지 3지구)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9일 개표 작업에서 압도적인 표차의 당선을 확정했다. 지난 1996년 김창준(공화·가주) 전 의원이 갖고 있던 연방하원 3선 기록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순간이다.
낭보는 동부에서 시작돼 서부로 이어졌다. 시애틀 출신 매릴린 스트릭랜드(민주·워싱턴 10지구) 연방 하원의원이 8일 저녁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또한 개표가 50% 진행 중인 가주 40지구에서 영 김(공화) 연방 하원의원이 9일 오후 5시 현재 18%포인트 차이로 상대 후보를 앞서고 있다. 미셸 박 스틸(공화·가주 45지구) 의원도 10%포인트 앞서고 있다. 개표 초반의 트렌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3선 1명에 재선 3명 배출이 유력해지면서 한인 정치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한인 정치력을 새롭게 다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폭동 때 쓰레기를 치우며 주류 언론에 크게 주목받았던 앤디 김 의원은 뉴저지주 3지구 선거에서 공화당의 밥 힐리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했다. 표 차이는 10%포인트가량.
김 의원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역임한 안보 전문가로, 의회 입성 후에도 전공을 살려 하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등에서 활약했다.
이날 승리로 중진 대열에 들어선 김 의원은 워싱턴 정가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한인 미국 정치인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화당 소속의 영 김, 미셸 박 스틸 의원은 개표 이후 선두를 유지하며 재선에 성큼 다가섰다.
가주 40지구 선거에 출마한 영 김 의원은 9일 오후 개표가 50% 완료된 가운데 59.1%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연방의회 입성 이후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활약하며 한미의원연맹 부활에 앞장섰고, 앞으로도 한미관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옆 동네인 45지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미셸 박 스틸 의원은 50%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10%포인트 리드를 지키고 있다.
박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2년 더 의회에서 이 지역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선출된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순자’라는 한국 이름으로 잘 알려진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그동안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첫 한국계이자 흑인 여성 의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정 활동을 펼쳤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목표”라며 “더 많은 미국인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서부의 당선 열기는 태평양 건너 하와이로도 이어져 주하원의원으로 일해온 실비아 장 룩(민주) 후보가 부지사직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장 룩 후보는 9일 주지사 조시 그린 후보와 함께 총 22만5000여 표를 얻어 득표율 63.9%로 압승했다.
한인 이민사에서 처음으로 부지사를 배출하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인플레 피해 방지법에 전력” 영 김·가주 40지구
영 김 의원은 개표 직후 4%포인트 리드로 시작해 20시간이 지나면서 18%포인트로 격차를 벌렸다. 예선에서 친공화 표심이 59%였는데 무당파 유권자들의 설득 작업에서 큰 소득이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200여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사회 리더들이 도움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며 "이곳 가주 살림을 잘 챙겨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일단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 마련과 통과에 힘을 쓸 계획이다. 그는 가주의 높은 개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생산 기업에 입법과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특히 한미 관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무역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친구로서의 대접' 문제라고 언급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때 한국과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답했다.
한인사회의 지원에 큰 감사를 표시한 김 의원은 당파성을 강조할 수 있는 '정파성 정치위원회(partisan PAC)'를 만들 수 있는 시기가 한인사회에도 곧 도래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금 줄이는 방안 강구할 것” 미셸 박 스틸·가주 45지구
미셸 박 스틸 의원은 '감사하다'를 넘어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한인사회를 잊지 않고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 오후 현재 47% 개표 상황에 총 60%의 득표율을 보여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믿고 지원해주신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또다시 깨닫게 됐다"면서 "이번 승리는 지역구 유권자와 한인사회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재선 임기에도 주민들 세금에 더 집중하겠다며 국세청(IRS)이 단속 기관이 아닌 서비스 기관으로 더욱 거듭나기 위해 8만7000여 명을 더 고용하는 법안을 마련해 곧 상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그는 많은 후배가 잘 양성되도록 하는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선거에는 화려한 '당선'만 보이기 쉽지만 정말 힘겨운 과정과 조건들이 있으며 이런 상황에 준비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후보들이 커뮤니티 안에 체계적인 준비가 되도록 같이 챙겨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2년 더 봉사하게 돼 영광” 앤디 김·뉴저지 3지구
김 의원은 이날 밤 ‘인사이더 NJ’ 등 지역 매체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이같이 승리를 선언했다.
밥 힐리 공화당 후보를 꺾고 26년 만에 한인 3선 의원이 된 그는 “투표용지에서 내 이름을 보면 언제나 겸허한 마음이 든다”며 “부모님이 우리 남매를 키웠고, 내가 초중고교를 다녔고, 지금은 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바로 그 지역구를 위해 일하는 것은 내 일생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포부에 대해선 “의료비를 낮추고 인프라 투자를 정상 궤도에 올리며 봉사와 예의에 뿌리를 둔 정치를 향해 계속 일할 것을 고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는 밝다. 겸손과 봉사의 정신으로 지역구를 대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새벽 1시께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축하의 포옹을 나누는 사진을 올린 김 의원은 AP 통신의 당선 속보를 링크하면서 “고맙다. 우리가 해냈다”라고 기쁨을 만끽했다.
백인 인구 비율이 압도적인 지역구에서 10%포인트가 넘는 여유 있는 격차로 승리한 김 의원은 당선이 확정되기 전 지지자들이 모인 파티장을 찾아 감사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유권자들이 자신을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을 완수할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봐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많은 사람이 지금 엉망진창이 된 우리의 정치에 질린 상태”라면서 “그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류에 한인 목소리 전할 것” 매릴린 스트릭랜드·워싱턴 10지구
스트릭랜드 의원은 “우리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해서 더 많은 미국인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많은 미국인이 한국을 한국 전쟁의 맥락에서만 이해하고 있다”며 “한인들이 선출직으로 정계에 진출해 봉사하는 것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존재감을 가져야 더 좋은 공립학교를 만들거나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일 등 다양한 국가 정책을 대표할 수 있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다른 한인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계이면서 동시에 아프리카계인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나는 어느 편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난 어머니의 딸이면서 아버지의 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 이민자의 슬픔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프리카계 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핼러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말 비극적이고 슬픈 일이었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여기 미국에 있는 한인들도 한국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이번 사고에 대해 매우 유감이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첫 '한인부지사' 당선…하와이 실비아 장 룩
실비아 장 룩(한국명 장은정.사진) 후보가 한인 이민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인 부지사로 선출됐다.
장 룩 당선자는 하와이주 민주당 부지사 후보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67.22% 득표율로 세아울라투파이 공화당 부지사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서울에서 태어나 10살 때 하와이에 가족과 함께 이민온 장 룩 당선자는 1998년 제26 지구에서 주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뒤 2013년까지 내리 당선됐다.
이후 제25 지구로 지역구를 옮겨 주 하원의원으로 봉사했다. 24년간 주 하원에서 일하면서 부의장, 전쟁대비위원장, 재무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3년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위한 예산 획득에 힘쓰고, 하와이 한인사회가 추진하던 무비자 입국을 허가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룩 장 당선자는 “하와이에서 자라면서 많은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문화에서 배우는 것의 가치를 배웠다”며 “주민들의 수요를 맞추고, 하와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12월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면 조시 그린 주지사와 함께 저소득층 주택 문제, 유아원 교육 확대, 정신 건강, 노숙자 및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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