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하루에 두 번

우리의 일상에서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일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일, 졸업식, 결혼 혹은 직장에서의 승진과 특별한 기념일 등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요즈음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애완동물들까지 챙겨야 하는 문화로 발전하였다. 이 중에서도 선물교환의 대명사인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제일 큰 행사라고 하겠다. 이처럼 종종 선물이 오고 가는 가운데서 그것을 준비한 주인공을 매일 기억하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선물의 가치로나 쓰임새 아니면 물품의 의미에 따라서는 오래오래잊히지 않는 것도 분명히 있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자녀들한테서 기념품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 현금을 받지만 그렇다고 더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아침저녁 두 번씩이나 선물한 당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최근의 이 체험은 매우 이색적이며 놀라웠었다. -다름 아닌 치약이다- 일상 소모품인 치약을 가족이 아닌 다른 지인들로부터 받아보기는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이들의 하루 중 첫 일과는 당연히 양치질과 세수임이 틀림없는데 나의 손으로 사지 않은 이 생소한 치약은 화장실에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다. 날로 상승하는 한국인 특유의 기술로 만든 것인지 맵지도 강하지도 않다. 이 상큼한 치약 향이 입안에 번지면 금방 좋은 기분이 된다. 선물의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그것을 가져다준 이의 모습만 떠오른다. 뇌리에 각인된 기억은 더 향기로울지 모른다.    
 
갑자기 전화로 빈자리 골프 인원을 채워달라는 부탁에 참석하는 일이 고마운데 빈손으로 오지 않고 ‘Made in Korea’라면서 베푸는 마음마저 담아서 가져온 치약이었다. 오래전에 같은 교회를 섬기었던 인연의 까마득히 젊은이다. 7학년 8학년을 다 넘긴 우리 세 사람의 길 잃은 공을 찾아주느라 빠른 걸음으로 잔디밭을 다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한국인의 정서 중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유유서’의 표본이다. 나이 든 사람을 대우하는 이 아름다운 전통을 경험하는 일이 쉽지 않은 미국이라서 더 깊은 인상이 남았을 것이다. 핸디가 낮아서 시원한 스윙을 보는 일도 좋았다만 골프를 치는 중, 이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Golf Manner’에 10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후배라고 여겨지기도 하였었다. 그녀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들이 그 치약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꼬박꼬박 두 번’은 싱크대 옆에 있는 치약 튜브를 지나치는 일은 없을 터이고 이 튜브가 빈 껍데기로 버려질 때까지는 ‘긍정 호르몬’의 효력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늦가을이다. 한 해를 어떤 감사로 채우며 생활하였는지를 되돌아보는 추수감사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울러 감사함을 표현하는 데 많이 부족하였던 일상을 반성하며 셀 수 없이 많았던 감사의 제목으로 인하여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식탁도 나누며 사랑을 표시하는 계절이다. 곧이어서 돌아오는 한 해의 제일 분주한 선물의 계절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이때쯤에는 늘 고민하는 주제가 ‘어떤 선물로 가야 될까?’ 이다. 올해는 일상의 치약이 준 ‘긍정 호르몬’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큰 깨달음이다.



김옥수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