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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문가 진단] 日교수 "이태원 참사는 대비 소홀 탓…통제되면 사고 안 나"

정체·군중 흐름 연구하는 니시나리 도쿄대 교수…"병목 현상 있는 곳 위험" "사전에 당국 간 소통 이뤄졌어야…압사 사고 막는 방법은 철저한 준비뿐"

[해외전문가 진단] 日교수 "이태원 참사는 대비 소홀 탓…통제되면 사고 안 나"
정체·군중 흐름 연구하는 니시나리 도쿄대 교수…"병목 현상 있는 곳 위험"
"사전에 당국 간 소통 이뤄졌어야…압사 사고 막는 방법은 철저한 준비뿐"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에서 사람과 차량의 흐름을 연구하는 니시나리 가쓰히로(西成活裕)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는 이태원 압사 참사가 경찰과 지자체 등이 사전에 준비를 소홀히 해서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니시나리 교수는 8일 도쿄대 혼고캠퍼스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는 이전에도 다른 나라에서 자주 일어났다"며 "책임을 따진다면 당국이 준비를 못 한 것이 80%, 현장 대응 실패가 20%"라고 주장했다.
이어 압사 사고 재판을 하면 보통 5∼10년이 소요되는데, 결국 가장 큰 책임은 경찰과 지자체에 있다고 결론이 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물리학자인 니시나리 교수는 일본에서 '정체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제안했고, 이후에도 군중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과 유형 등을 연구해 2020년 '군집(郡集·군중)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의 위험성 등을 조사해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연구를 한 학자에게 주는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도쿄돔과 나리타공항의 사람 흐름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세계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 약 500건을 분석했다는 니시나리 교수는 사람이 통제되지 않은 많은 사고에서 경찰, 지자체 등 관계 당국 간에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 문제"라면서 경찰은 사고 발생 지점을 아예 막거나 일방통행하도록 유도하고, 지하철도 이태원역에 서지 않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주최자가 없었던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주최자 유무나 사람 수는 사고와 뚜렷한 관계가 없다"며 "사람이 많아도 확실히 컨트롤하면 사고는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니시나리 교수는 "예년과 달리 왜 올해만 이태원에서 사고가 있었는지 원인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며 도쿄 시부야구의 핼러윈 대응처럼 한국도 1년 전부터 사람이 몰리는 행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니시나리 교수와 일문일답.
-- 정체학, 군집 매니지먼트를 연구하는 이유는.
▲ 전공이 수리물리학이다. 도쿄 출신인데 어렸을 때부터 사람 많은 게 싫었다. 그런데 수학을 좋아해서 공기와 물의 흐름을 연구하게 됐다. 그러다 자동차나 사람의 흐름도 들여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차량이나 사람의 정체를 감소시키는 방법이 있나.
▲ 자동차는 천천히 달려야 한다. 실험을 해 보면 앞차와 여유를 뒀을 때 오히려 정체가 덜 발생한다. 사람의 흐름은 한곳에 쇄도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방에 문이 하나뿐이라면 문 앞에 기둥 같은 장애물을 설치하면 오히려 사람이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
-- 이태원 참사는 특별한 압사 사고인가.
▲ 지금까지 일어난 세계의 압사 사고 약 500건을 분석했다. 안타깝게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는 전에도 매우 자주 일어났다.
--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무엇인가.
▲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찰, 경비 인력, 지자체, 지하철역은 물론 증축한 해밀톤호텔이나 주변 상점이 얽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책임을 따진다면 관계 당국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80%, 현장 대응 실패가 20%다. 이런 사고를 막는 방법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사람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밖에 없다. 압사 사고 재판은 결론이 나기까지 보통 5∼10년은 걸리는데, 경찰이나 지자체 책임인 경우가 많다.
-- 준비 부족은 왜 일어나는가.
▲ 각국의 압사 사고를 보면 당국 간에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직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 문제다. 경찰이나 경비 인력은 사람의 흐름이 좁아지는 곳에서는 일방통행을 하게 하거나 도로 중앙에 분리대를 설치했어야 한다. 지하철이 이태원역을 통과하는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 주최하는 곳이 없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견해도 있다.
▲ 주최자 유무나 사람 수는 사고와 뚜렷한 관계가 없다. 사람이 많아도 확실히 컨트롤하면 사고는 나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핼러윈이 되면 이태원에 사람이 몰렸다. 한국 경찰이나 지자체 모두 올해도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나.
-- 인파가 많을 때 특별히 위험한 곳이 있나.
▲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다. 좁은 길, 문 앞, 계단이 그러한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는 걸음이 느려지고 사람의 흐름이 무너지면서 위험해진다. 이런 곳을 잘 통제하고, 사람이 걸음을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일본에서도 2001년에 11명이 숨지는 압사 사고가 있었다.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 당시 일본 경찰도 처음에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결국 졌다. 이전에는 일본도 감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려 했다. 사고 이후 전국에 적용할 수 있는 혼잡사고 예방 매뉴얼을 만들었다. 전국경비업협회라는 단체도 2005년에 150쪽이 넘는 초급, 상급 매뉴얼을 제작했다. 지금은 매뉴얼을 보고 사전에 위험한 곳을 점검한다.
-- 앞으로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먼저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예년과 달리 왜 올해만 사고가 있었는지 그 원인을 하나씩 조사해서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행사가 있다면 어떻게 사람을 통제할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 참가 인원 규모별로 세 가지 정도의 계획을 수립해 둬야 한다. 올림픽이나 국제회의가 있으면 대비하는데, 왜 민간 행사는 그렇게 하지 않나. 이제는 한국도 도쿄 시부야구처럼 1년 전부터 핼러윈 같은 행사에 대비해야 한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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