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대니얼 콴과 대니얼 쉐이너트 감독이 함께 연출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는 평행 우주에 대한 가장 독특한 영화일 것이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SF이면서, 양자경 주연의 쿵후 영화이며, 악취미가 줄줄 흐르는 코미디이고, 무엇보다도 가족 영화인 ‘에에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편 웨이먼드(케 호이 콴)가 아내 에블린(양자경)에게 우산을 씌우면서 급변한다. 수많은 세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에블린은 점프를 통해 그곳을 이동하고, 그러면서 영화의 세계관은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하며, 남편은 물론 딸 조이(스테파니 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셀 수 없는 ‘또 다른 그들’이 뒤엉킨다.어느 세계에선 셰프로, 어디에선 배우로, 혹은 쿵후 고수로 살아가는 에블린. 그에겐 수많은 ‘나’가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돌’의 정체성이다. 인간이 되기 전 무생물 상태인 에블린은 역시 돌로 존재하는 딸 조이와 어느 세계에서 만난다. 여기서 ‘돌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정신없이 달리던 영화의 휴식 같은 대목이다. 아웅다웅하던 모녀는 돌이 되어서야 비로소 서로 위로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주는 얼마나 넓으며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돌들의 해탈한 듯한 농담은 계속 이어지고 “하하하” 웃음소리로 마무리된다. 의외의 울림이며 묘한 감동을 주는 신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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