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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맥도날드 시니어센터’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맥도날드 시니어센터’라는 말이 있다. 공원이 부족해 맥도날드를 찾는 시니어들의 딱한 현실을 표현한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 말은 LA한인타운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016년 녹지가 태부족한 한인타운의 한인 시니어들이 맥도날드로 몰려가고 있다는 내용의 LA타임스의 기사는 한인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타운의 녹지 부족은 누구나 피부로 실감하는 일이다. 잠깐 걷고 싶어 나가려면 차로 기본 10~20분은 달려가야 한다.  그나마 인근 맥아더 공원의 홈리스 캠프 철거가 이뤄지면서 나름 걸을만한 곳이 된 듯싶지만, 오랜 시간 홈리스 점령지로 인식됐던 만큼 아직 한인들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다. 8년 전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이 발표한 ‘LA한인타운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내 공원 면적은 9.9에어커로 한인타운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했다. 이는 1에이커당 주민 1만2554명이 이용하는 셈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LA시 공원국은 주민 1000명당 최소 3에이커의 공원 및 녹지공간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타운은 그의 500분의 1 수준인 0.07에이커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2011년 한인타운 중심가인 윌셔 대로와 호바트길 부지에 ‘한인타운 중앙공원’ 조성 계획이 추진됐지만 실패로 끝났다. 지지부진 시간을 끄는 동안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LA시의 부지 매입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2016년 당시 LA타임스는 1면에 ‘한인타운 내 공원 조성 계획 실패는 누구 잘못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한인타운이 공원 조성보다는 고층 아파트와 콘도 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또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안타깝게도 6년이 지난 지금 상황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층 건물이 더 늘어난  한인타운에서 이제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오랜 거목들마저 잘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접수되어온 이 문제를 지난 10월 정례미팅에서 논의했다. 주민의회가 지적한 6곳이 넘는 주소에서 수많은 가로수 및 보호종 나무들이 제거됐거나 훼손됐다. 특히 거론된 주소의 과반수는 현재 건설공사가 한창인 곳이었다. 일부는 업체가 시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나무를 베어버렸다.  
 
그 뿐만 아니다. 한인타운 8가와 하버드 인근엔 무성한 가로수 사이로 흉측하게 밑동만 드러낸 채 베어진 가로수들도 있다.  2년 전 팬데믹 당시 누군가 나무에 약을 꽂아 고의로 죽인 것인데, 당시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취재를 하며 인간의 잔인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수십 년 된 거목을 단번에 죽여버린 의도는 고작 본인의 편의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의 녹지 부족에는 자연이 가진 힘과 영향에 대한 의식 부족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신축 건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오히려 ‘이깟 나무쯤이야 밀어버리면 되지’라는 인식만 강해진 듯 보인다.  
 
LA시는 가로수 등을 제거하려면 다른 곳에 다시 심도록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타운에는 공간이 없어 그나마 새로운 나무를 심기도 힘들다고 한다.  고사목 제거 및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YCC는 지난해 LA시에 새로 심은 나무는 총 1000그루에 달하지만, 한인타운의 경우 25그루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큰 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에어컨 10대를 하루에 7시간 동안 가동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또 나무 한 그루는 성인 4명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1년에 최대 22파운드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한다.  도심 속 나무들은 공기의 질을 향상하고, 소음을 줄이며 홍수를 예방한다.  그 뿐만 아니라 빼곡한 건물들 사이에서 시니어들과 어린 자녀들에게 녹색 쉼터를 제공해준다.  
 
힘껏 목소리를 내도 쉽지 않은 것이 지역 내 공원, 녹지 확보다. 나부터 자연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한인타운의 녹지는 그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도 소중히 여기자. 나부터  나무를 심고 가꾸자.  
 
한인타운에서 ‘맥도날드 시니어센터’가 더 이상 자리 잡지 않도록.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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