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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무물

‘무물(또는 무물보)’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줄임말이다.  중년 이상이라면 1983년 시작한 동명의 최장수 생활정보 TV프로그램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MZ세대에게 ‘무물’은 이미지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 시 자주 쓰는 용어로 더 익숙하다.
 
정확히는 Q&A 기능의 이름이다. 계정 주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코너에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게시물을 올리면, 팔로어들은 평소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하고, 계정 주인은 각각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취향 공동체’가 된 팔로어와 계정 주인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어색함과 불편함은 피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조금 더 밀접한 관계는 유지할 수 있는 비대면 소통 방법이다.
 
‘무물’이 흥미로운 건 목마른 자가 아니라 우물을 가진 자가 먼저 움직인다는 점이다.  
 
계정 주인은 유명 연예인도 인플루언서도 아닌 평범한 2030. 하지만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내게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 먼저 말 건네고 또 소소하고도 엉뚱한 질문들에 귀 기울인다. 최근엔 아예 계정 주인이 ‘별자리, 생일, 키, 몸무게, 좋아하는 색, 자주 가는 카페,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등의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올리고 이중 몇 번 질문이 궁금한지 골라보라며 ‘샤이’ 팔로어를 적극 유도한다.
 
‘소통의 리더십’이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조직의 상급자일수록 어른일수록 젊은 세대에게 먼저 ‘무물 타임’을 제안해보자.  
 
반말 몇 마디에 억지로 웃는 ‘야자 타임’보다 생산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서정민 /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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