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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나는 요즘 전화기 벨 소리를 끄고 지낸다. 처음엔 스팸 전화들 때문에 벨 소리를 작게 해 놓았었다. 그런데 나중에 누구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한 곳에만 리턴콜을 하는 게 너무 편해 아예 벨 소리를 꺼 버렸다. 딱히 중요한 전화가 올 것도 없어 이렇게 지내기 시작했는데 너무 편하다.
 
게다가 요즘 들려오는 소식 대부분이 감당키 힘들 정도로 괴로운 것들이라 차라리 듣지 않는 게 편하다. 멀리는 서울 J님의 잦은 응급 치료 소식, LA에 정착한 절친의 발 수술에 이은 척추 수술 소식, 그리고 4년 전 이곳으로 오면서 알게 된 모 교수님의 전립선 4기 암 소식, 수술을 받았던 뇌에서 피가 비치고 뇌가 부풀어 오르는 위중함 탓에 40일 넘게 릴레이 기도를 하고 있는 S님, 예정했던 척추 수술이 백혈구 이상으로 자꾸 연장되고 있다는 K님의 소식 등 하나같이 안타깝고 괴로운 내용들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리고 기다리던 아침 신문에 실린 고국의 소식들도 유쾌하지가 않다.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정치인들이 마치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최고의 임무인 양 허구한 날 도가 넘치는 싸움판을 벌이는 모습 말이다.  
 
또 9개월 째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뉴스, 태국의 ‘데이케어’ 총격사건으로 24명의 어린이와 12명의 교사가 숨졌다는 소식, 허리케인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푸에르토리코 국민들 소식 등 참담한 내용들도 나를 우울하게 한다.
 


세상이 늘 이렇게 암담했었나. 머리가 핑핑 도는 일상이다. 그런저런 이유였을까, 며칠 전 잠자기 전 불을 끄기 위해 일어나려다가 방안이 팽이 돌듯 어지러워서 침대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졌다. 그날 낮까지 멀쩡하던 내게 일어난 일이다. 그 어지럼증은 이튿날 밤 또 다시 찾아왔다. 급기야 혹시라도 밤에 혼자 어찌될까 두려워  딴 방을 쓰던 남편을 내 방으로 오라고 했다.
 
혹시 내게 문제가 생긴 것일까. 실상 내가 세상의 큰 일들 외에 주변의 소소한 일들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사는 편이긴 하다. 식당이나 공공 장소에서 주변을 개의치 않고 큰 소리로 대화를 하거나 입을 벌리고 목청껏 웃는 사람들, 혹은 조용한 도서관에서 끝도 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 모두가 나를 힘겹게 한다.
 
게다가 요즘 거리에 나가면 민망할 정도로 꽉 낀 트레이닝 바지를 나이에 상관없이 찢어질듯 끼어 입고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불쾌한 스트레스도 있다.
 
주변의 감당하기 힘든 암담한 소식에서, 그리고 점점 품위가 사라져 가는 세상에 만연한 뻔뻔함들에서 자유함을 얻을 길은 없을까. 아님 그나마 이 소용돌이에 일일이 반응하는 나의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순례자처럼 눈을 들어 산을 보며 살 것인가.

김찬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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