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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필자는 군 생활을 동두천 미군 부대에서 했다. 소위 말하는 ‘카투사(KATUSA)’ 병사였다. 카투사 하면 대부분 서울 용산 미 8군에서 근무하며 매주 외박을 나오는 엘리트 행정병들을 생각하겠지만, 실제는 절반 이상이 전방에서 미군들과 함께 전투병으로 생활한다. 필자 역시 보병부대에 박격포병으로 배치받았다.  
 
한국군의 박격포는 81mm라고 해서 4명이 1조가 되어 어깨에 메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군의 그것은 더 크다. 사람이 들 수 없기에 장갑차에 실어 나른다. 박격포는 포물선으로 포탄을 떨어뜨리는 곡사화기다. 어른 팔뚝만 한 포탄을 양손으로 쥐고, 포신 입구에 살짝 떨어뜨리면, 포신 안에 있는 뾰족한 ‘격침’이 바닥을 세게 때려 폭발을 일으키고 그 힘으로 적진으로까지 날아간다.
 
그런데 가끔 불발탄이 나았다. 비가 오거나, 흐리고 습한 날에는 신관이 제대로 폭발하지 않아 포신 안에 포탄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럴 때는 규범(Field Manual)에 따라 “불발!(Misfire!)”이라고 크게 외치고 포가 있는 위치에서 50미터 후방으로 부리나케 도망갔다. 포신 안에서 폭발할 경우 반경 50미터 내에 있는 것들은 쑥대밭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간을 기다려도 폭발이 없으면 원위치하여 연탄집게처럼 생긴 기구를 포신 안으로 집어넣어 조심스레 끄집어냈다. 처음에는 무척 떨렸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자 뒤로 도망갈 때도 걸어갔고, 한 손으로 집게를 잡고 꺼내기도 했다.  
 
동기가 근무하던 옆 부대는 미사일을 쏘는 부대였다. 한번은 이 부대에서 훈련 도중 조준을 잘못하여 민가로 포를 날려 보낸 일이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돼지우리에 있던 돼지들이 폭사하는 바람에 바비큐 냄새가 온 동네를 가득 메웠다고 한다.  
 
여성들이 싫어하는 군대 얘기를 길게 한 것은 군대에서 그만큼 오발탄 사고가 잦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한국의 강릉 부대에서 쏜 미사일이 목표 지점으로 날아가지 않고, 부대 안에서 폭발했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별로 놀랍지도 않을 것이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었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그 포가 강릉 시내 민가에 떨어졌다면….  
 
더 끔찍한 경우는 그 미사일이 북쪽으로 날아가 휴전선을 넘어갔을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휴전상태인 남북관계는 순식간에 전쟁상황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박격포든, 미사일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하게 조준하여 목표물에 제대로 떨어뜨리느냐 하는 것인데, 발사대에서 1밀리미터 혹은 1도만 잘못 조준해도 낙하지점은 목표물에서 수백 미터는 물론 수십 킬로 미터까지 멀어지기 마련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하듯 상대방이 먼저 군사 도발을 한다는 이유로 훈련용이긴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쏘고 있다. 이러다 실수로 미사일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위험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보면 오영수 할아버지가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하며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남북관계가 딱 그런 형국이다.  지금은 ‘이러다 다 죽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문자 그대로 ‘일촉즉발(一觸卽發·한 번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것같이 몹시 위급한 상태)’의 위기다. 남북 모두 상대를 탓하기 전에, 상황의 위험성을 알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때이다. 전쟁보다 나쁜 평화는 없기 때문이다.   

정대용 / 레몬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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