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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진정한 팻팸의 길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는 계기는 가지각색이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은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펫팸의 길로 들어선다. 실제 아이가 초등학생 시절 우리 집은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늘 뛰어다니는 작은 동물원이어서, 아이 친구들이 자주 방문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친구 어머니들에게 어떤 반려동물을 키워야 하는지, 반려동물을 사달라는 자녀의 성화에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등의 고민 상담을 많이 해주곤 했다. 결국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 생일 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반려동물을 안겨준 이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에 못 이겨 어린 시절 펫팸의 길을 선택하지 못했던 몇몇 이들은 성인으로 성장 후 그 꿈을 스스로 이루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자신의 보금자리를 가지게 된 젊은 친구들은 새로운 생활을 함께할 동지로 반려동물을 택한다. 이들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반려동물로 소셜미디어를 도배하고 관련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한다. 반려동물에게 줄 사료와 간식 등 새로운 먹거리는 물론 반려동물이 앓는 질환에 대한 의약품 탐색도 빼놓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중년이나 노년의 나이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펫팸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도 꽤 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신줏단지처럼 강아지를 안고 동물병원을 자주 찾던 중년의 신사를 꽤 보았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의 집에 들어오게 된 반려동물이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 특유의 친화성은 가정에서 소외당하기 쉬운 중년 남성들에게 귀갓길을 즐겁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자녀보다 훨씬 더 반갑게 주인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노년이 되어 삶이 외로워지기 시작하면서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특히 배우자를 잃고 자녀가 모두 분가해 집을 홀로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들은 반려동물 친구 두기를 권한다.  
 
도박중독은 참 무섭다고 한다. 감옥을 갔다 오거나 치료시설을 다녀와도 또다시 도박의 길로 들어서곤 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실제 펫팸의 길도 도박중독에 못지않다.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그 수명이 대부분 20년을 넘기지 못하기에 우리는 반려동물과 짧은 만남 뒤 긴 이별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과 첫 이별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더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몇 달 안에, 늦어도 1년 안에 새로운 반려동물을 품에 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반려동물과 삶은 일종의 중독인 것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그들은 우리에게 희로애락을 모두 선사한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어 즐겁지만, 이유도 없이 주인을 물어서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병에 걸리거나 일찍 사망해 슬픔을 던져주기도 하고, 함께 공원에서 공놀이할 때는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펫팸으로서 삶이 매 순간 즐겁고 기쁠 거라고만 기대한다면 반려동물과 동반자 삶은 오래갈 수 없다. 보호자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학대하고, 늙고 병들었다고 해서 쉽게 버리게 된다. 펫팸으로서의 시작이 어찌 되었든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사랑과 정성을 쏟아보자. 우리의 자녀도 항상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들을 학대하고 버리지 않는다. 반려동물은 우리의 막내딸 또는 막내아들이다. 그리고 그 막내들은 20여 년의 짧은 생을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 웰컴 투 펫팸을 이번 회로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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