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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대리만족

우리는 우리의 울분과 우울함을 대리만족으로 보상받곤 합니다. 수퍼맨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세상의 악한들을 물리쳐 줄 때 우리는 마음이 시원해지고 영화에서 힘없는 사람을 학대하던 악한의 무리를 물리치고 응징해주는 정의한을 보고 우리는 손뼉을 칩니다. 황야의 7인에서 연약하고 순박한 농민들을 학대하는 마적단의 무리를 물리치고 말을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손뼉을 치고 동네의 사람을 못살게 굴며 약탈하던 악한들을 물리치고 석양의 해를 등에 지고 떠나는 셰인의 앨런 래드를 보고 환성을 질렀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의 영화는 권선징악의 영화였습니다. 가난한 어린 소녀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고생하면서 공부하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고 온갖 고난을 물리치며 재벌의 아들과 결혼한다는 신데렐라의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쌓인 우울함을 달래줍니다.
 
우리는 유영철 같은 살인마가 경찰에 잡혀 재판받고 무기징역이라는 형이 내렸다는 것을 신문에서 보며 사회의 권선징악의 정의를 보며 시원해합니다. 우리는 국제 축구대회에서 손흥민이 볼을 몰고 가다가 골문 안에 공을 꽂아 넣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십년 묵은 체증이 확 풀려나갔다고 합니다. 야구장에서 점수가 나지 않아 답답할 때 타자가 친 흰 공이 푸른 하늘에 날아가 담장을 넘을 때 우리는 손뼉을 칩니다. 우리는 신문에 실린 논설이나 칼럼을 보면서 우리가 정부나 사회에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주는 글을 읽으면서 “어 시원하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대리만족이라고 합니다. 아마 이런 대리만족을 누리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독재국가에서는 마음대로 영화를 볼 수도 없고 마음대로 라디오를 들을 수도 없으며 마음대로 정부에서 금하는 금서를 읽을 수도 없습니다. 정부의 시책에 대하여 반대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저 복종하고 지지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리만족은 보편 타당성이 있는 즉, 누가 어디에서 보나 한결같이 공감하는 것이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위하여 우리의 세금을 수천억을 쓴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비싼 세금을 쓰면서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알아야 할 일들을 알리고 정부의 횡포를 견제하고 우리가 못하는 일들, 우리가 못하는 말들을 하라는 대리인들이라는 것입니다. 국민에게 갑질을 하고 국민에게 오만하게 군림하고 몰려다니면서 패싸움을 하라고 뽑아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이런 대리만족에 많은 제한을 받는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신문은 우리가 알고 싶은 이야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권력에 추종하는 기사만을 내보낸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하여 파리로 진군하자 파리의 신문들이 처음에는 ‘살인귀 엘바 섬을 탈출하다’라고 했다가 나폴레옹이 파리로 가까이 오자 ‘나폴레옹 장군 파리로 진격하다’라고 하고 나폴레옹이 파리에 입성하자 ‘나폴레옹 황제, 파리에 입성하시라’고 하여 신문이 카멜레온처럼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느 정권에나 신문은 정부 편이었습니다.  
 
성경에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 길가에 갖다 버린 바 되리라고 한 것처럼 고추가 매운맛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겠습니까. 올바른 비판 올바른 충고를 하면서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우리에게 시원한 대리만족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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