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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헐떡헐떡과 쉬엄쉬엄

우리말에서는 숨을 쉰다고 말합니다. 쉬다라는 말은 숨과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이 명사와 관련되는 예가 많습니다. 우리 신체 기능 중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숨을 쉬는 것입니다. 숨을 더 이상 쉬지 않으면 죽습니다. 숨이 멎었다는 표현은 그대로 죽었다는 뜻입니다. 또한 숨을 거두었다는 말도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목숨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눈을 감는다는 표현은 비유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눈을 감는 행위가 꼭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은 듯이 잠을 잔다는 표현을 합니다. 눈을 감는 게 그저 잠을 자는 것이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숨이 막힌다든지 숨이 찬다든지 하는 표현에서 숨은 단순히 쉬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숨을 급하게 쉬거나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힘든 일을 하거나 빨리 움직여야 할 때 숨이 차오릅니다. 숨을 쉬기가 어렵습니다. 긴장하거나 누군가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당할 때 아예 숨을 못 쉬기도 합니다. 죽을 것 같다는 말은 이럴 때 딱 알맞습니다. 너무 숨을 빠르게 쉬거나 쉬지 못하는 상태는 죽음 바로 앞의 괴로움입니다. 하지만 숨을 빨리 쉬지 않으면 진짜 죽습니다.
 
 저는 가파른 산을 빠르게 오를 때 이런 극도의 고통을 느낍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천천히 올라도 크게 문제가 없는데도 빠르게, 숨차게 오릅니다. 숨이 차면 힘들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시간은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거친 숨소리가 위로가 되는 순간입니다. 숨은 나를 단련시킵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기쁨일 겁니다. 운동이라는 게 대부분 가쁜 숨을 느끼며 성장하게 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말 쉰다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숨을 쉬는 겁니다. 빠른 숨도, 거친 숨도, 가쁜 숨도 모두 숨을 쉬는 겁니다. 가슴이 터질 듯한 행위입니다. 괴롭지만 즐겁고, 죽을 것 같지만 살아있음을 느끼는 행위입니다. 숨을 쉬는 것은 살아있음을 증언합니다. 숨만 잘 쉬어도 충분히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숨 쉬는 수련이 종교에서 기본인 것은 그러한 이유일 겁니다. 좌선, 요가, 명상이 모두 숨 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운동과는 반대 방향의 숨쉬기네요.
 
쉬다의 다른 뜻은 휴식입니다. 휴식 역시 숨을 쉬는 겁니다. 가쁜 숨을 거두고, 참았던 숨을 서서히 토해내는 과정입니다. 다 토해내고 나면 시원한 마음이 몸을 풀어줍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쉰다는 말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라는 배경이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쉬다를 의미하는 한자 휴(休)의 모양이 사람 인(人)과 나무 목(木)으로 이루어져 있을 겁니다. 숨 쉴 식(息)은 코를 의미하는 글자[自]와 심장을 의미하는 글자[心]가 합쳐져 있네요. 숨이 막히면 코와 심장이 괴롭습니다.
 
전헌 선생님과 소식을 나누다가 ‘헐떡헐떡이쉬엄쉬엄 보다 푹 쉽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급하면 더 숨이 많이 쉬게 되고, 그래서 다시 살아난다는 생각을 합니다. 산에 오르면 가쁜 숨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헐레벌떡 숨이 가쁜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았지만 그다음부터는 힘들어도 두려움이 적어집니다. 숨이 가빠올 것은 알지만 그 숨도 다시 잦아들 것을 내 몸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몸은 가빴던 기억을 안고, 더 큰 헐레벌떡도 견디어 냅니다. 다시 살아나는 몸입니다. 힘들어도 숨이 차도 잘 견뎌냅시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쉴 때가 찾아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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