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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편한 세상

눈을 떠 보니 커다란 글씨의 전자시계가 아직도 한밤중임을 알려준다. 전자시계의 불빛은 깜깜한 밤에도 작은 등 역할을 한다. 부엌으로 들어가니 반짝이는 작은 불빛들은 여기저기서 깨어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색의 크고 작은 불빛들은 모두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불이 꺼져 있는 기구들까지 여러 기구가 늘어서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이었던 1950년대 부엌에는 어머니가 사용하는 나무 도마 큰 것 하나와 작은 것 한두개, 그리고 작은 돌절구가 있었다. 칼도 큰 칼과 과일칼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 부엌에는 나무 도마도 큰 것, 중간 것, 작은 것 등 여러 개가 있고 플라스틱 도마도 몇 개 있다.
 
나의 어머니는 큰 칼 하나로 10명 식구의 김장무를 모두 채 썰고 깍둑 썰기도 했다. 파도 그 칼로 썰었다.  전에는 모두 손으로 힘들여 하던 것을 이제는 온갖 기구들이 다 해준다. 밥은 밥솥에서 퍼먹으면 되는 줄 아는 아이들이 풍로 불에 냄비로 하던 밥이나 연탄가스 마시며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가마솥에 불 때서 밥 짓던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달과 별은 밤에 반짝이다 해가 뜨면 사라지지만 부엌의 불빛은 24시간 살아있어 항상 대기 중인 신하들 같다. 스위치를 누르면 데워주고 끓여준다.
 
남편을 위해 차를 끓이려고 전기 포트 스위치를 누른다. 주전자에 끓이는 것보다 빠르고 편하다. 나도 이제는 모든 기구에 익숙해져 너무 편리한 기구에 의지하는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더 편리한 세상이 되려나 생각해 본다. 뭐, 운전도 자율주행을 한다고 하는데 주방의 기구들이야 대단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80년 사는 동안 너무 많이 변하고 너무 편한 세상이 되었구나 생각하며 무엇이든 손으로 열심히 만들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정현숙·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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