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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신선놀음을 품는 세상

깊은 산속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신선이 살고 있다고 믿어 왔다. 한국인들의 심성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이상향 비슷한 소원이다. 자신도 신령한 산의 기운을 받아 남다른 수련을 거치면 신선이 되어 구름 위에 거니는 존재가 된다고 믿어왔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존재했다. 신선들의 놀이는 범상치 않다. 바둑 한판 두고 났는데 도낏자루가 다 썩어버렸다는 이야기처럼 세파와 동떨어져 공기 좋은 곳에서 바람으로 살아간다. 지금 세상에서도 그 비슷한 삶을 찾아 여러 사람이 자연인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산에 드는 일이 많아졌다. 소개되는 그들을 보며 ‘신선놀음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세속 인간들의 시선에 부러움이 묻어 있다.
 
신선놀음이라는 말은 두 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아주 좋은 뜻으로 표현하는 의미와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땅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는 생활의 근거를 무시하고 허공에 기와집 짓는 헛된 짓거리라는 비웃음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다. 부지런히 마당도 쓸고 논밭에 나가 김매기, 물주기에 전념하여 세끼 밥 먹는 삶에 충실하며 땅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 있다. 마당에 쓰레기가 날려도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도 세끼 밥이 어떻게 입에 들어가는지 도무지 관심이 없고 구름을 엮어 하늘을 날아가는 무지개 같은 경지에 빠져 사는 사람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 때 땅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은 환영받지만 무지개 그리는 사람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따돌림당하게 된다. 보통 사람과 신선이 세상에서 받는 대접이 그렇게 차이가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들의 사는 모습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며 숨소리 들으며 물건의 촉감을 직접 느끼며 천천히 걷는 발걸음으로 보이는 세상에 발 딛고 서서 이루어졌었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편리하게 더 많은 사람을 향하여 뛰어가는 발걸음이 천천히 걷는 것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을 찾아내며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처음 그것이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무슨 구름 잡는 이야기인가. 신선놀음하고 있네와 같은 반응이었던 것 같다. 보이는 세상을 이해하기도 바쁜데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기에는 시력이 아직 모자랐다.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을 보관하려면 어마어마하나 크기의 건물과 그 속을 채울 천문학적 숫자의 서적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신선놀음 하던 사람들이 조그만 금속판 하나 들고 와서 말했다. “그 많은 지식이 모두 요 조그만 것 안에 몽땅 저장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놀라고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는 신선들의 놀이를 좇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것이 특별한 사람들, 신선들의 독차지가 아니고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보통사람들도 소유하고 사용하는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상이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발 딛고 걸어가는 길이 되어 우리를 끌고 가고 있다. 엄청난 값을 지불해야 하는 구름 위에 궁전이 되었다.
 
신선놀음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많다. 살아가는 생활에 직접 밀착된 것이 아니면 모두 그렇게 불렸다. 굶어가며 그림만 그렸던 행위, 천장에서 비 새는 소리 들으면서도 글 읽기에 몰두하는 선비, 추위에 떨면서도 들판에 펼쳐진 눈보라를 그려내는 시인, 수백 번의 실패를 뒤로하고 또다시 이상한 구조물을 엮어보는 앞서가던 과학자, 학교공부 제쳐 놓고 공상 나라 놀이에 빠져 밤을 지새우는 특별한 감성의 아이 등 많은 별다른 사람들과 별다른 행위가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세상 밖의 기묘한 이야기로만 대접받았다. 그런 세월 후에 어떤 것은 그 기묘함이 속세로 나온 달인의 뛰어난 효능으로 큰 값을 끌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그런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선놀음이 속세에서 주목받으며 보이지 않은 세계의 춤사위가 되고 있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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